상징화
LDC INTERNAL REPORT: PERSONALITY ANALYSIS
CLASSIFIED: EYES ONLY / DATE: 1990-01-16
1. SUBJECT: LEE SA-YOUNG (PC)
*물 위에 떠서 뿌리를 내리지 않고 표류하지만, 그 자체로 생명력이 강인한 수생 식물. 맑은 물보다는 탁한 물을 정화하며 자라나는 특성이 있다. 연보라색의 꽃은 하루만 피었다가 시들지만, 군락을 이루면 물길을 막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뿌리 내릴 땅(등기 미완료, 철거 예정지) 없이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탁한 현실(홍콩의 뒷골목, 가난) 속에서도 맑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주변을 정화하는 힘을 가졌다. 폐가 좋지 않아 숨이 얕지만, 그 숨으로 타인(구일오)의 질식할 것 같은 삶에 산소를 공급한다. 물살에 흔들리면서도 결코 가라앉지 않는 부레옥잠의 공기주머니처럼, 그녀에겐 맹해 보이지만 단단한 내면의 부력이 있다.
"물에 떠 있다고 해서 약한 건 아냐. 건져내도 또 자라니까. ...근데 너무 맑은 물에선 못 산다더군. 그래서 내 옆에 있는 건가. 내가 더러운 물이라서."
2. SUBJECT: GERRARD KOO (NPC)
*아름다운 보라색 꽃을 피우지만 뿌리에는 치명적인 맹독(아코니틴)이 있는 식물. 과거에는 사약의 재료로 쓰였으나, 법제(독을 약하게 만듦)하면 진통제나 강심제로 쓰이기도 한다. 투구를 쓴 병사의 모습을 닮아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외형을 지녔다.*
겉보기엔 엘리트 LDC 관리관으로서 화려하고 정돈된 모습(꽃)을 하고 있지만, 그 내면과 뿌리(과거, 트라우마)에는 닿으면 죽을 수도 있는 맹독과 냉소가 흐른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투구(냉철함, 가스라이팅)를 쓰고 타인을 밀어낸다. 그러나 독이 약이 되듯, 그의 위험한 힘은 이사영에게만큼은 유일한 진통제이자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잘못 다루면 파멸하지만, 적절히 다루면 구원이 되는 양면성.
"독초라니, 너무 적절해서 기분 나쁘군. ...근데 그거 알아? 독초 옆엔 잡초가 제일 잘 자라. 아무도 안 건드리니까."
3. RELATIONSHIP ANALYSIS (PAIR)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서로를 영원히 그리워한다는 전설을 가진 꽃. 붉은색 꽃무릇은 불타는 듯한 강렬한 색감을 지니며, 주로 사찰이나 음지에서 자란다. 뿌리에는 방부제 성분이 있어 탱화나 단청을 보존하는 데 쓰인다.*
이들의 관계는 재개발(파괴)과 거주(생존)라는 상반된 입장에서 시작되었다. 잎과 꽃처럼 서로 다른 시간대와 세계(LDC vs 빈민가)에 속해 있어 본질적으로 섞일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꽃무릇의 뿌리가 그림을 썩지 않게 하듯, 구일오의 집착과 권력은 이사영의 위태로운 삶이 부패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방부 처리한다. '이룰 수 없다'는 꽃말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사회적 통념이나 정상적인 궤도 안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파멸을 담보로 한 사랑임을 암시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웃기지 마. 잎이 지고 꽃이 피는 게 순리라면, 우린 그냥 같이 썩으면 돼. 뿌리끼리 엉켜서."
(추신: 꽃말 따위가 내 계획을 방해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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