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시공학과 조교와 4학년

<span class="sv_wrap"><a href="https://mtr7458.dothome.co.kr/bbs/profile.php?mb_id=H0PEY0UL0VEME" class="sv_member" title="1540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1540</a><span class="sv"><a href="https://mtr7458.dothome.co.kr/bbs/board.php?bo_table=OOC&amp;sca=&amp;sfl=mb_id,1&amp;stx=H0PEY0UL0VEME" rel="nofollow">아이디로 검색</a></span><noscript class="sv_nojs"><span class="sv"><a href="https://mtr7458.dothome.co.kr/bbs/board.php?bo_table=OOC&amp;sca=&amp;sfl=mb_id,1&amp;stx=H0PEY0UL0VEME" rel="nofollow">아이디로 검색</a></span></noscript></span>
2026-03-05 17:53

# 대학교 AU: 구일오 & 이사영
---
## NPC Profile (AU)

구일오(邱逸旿), 31세. 건축도시공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3년차이자, 같은 학과 학부 '도시재생론' 강의의 조교(TA). 전공은 도시재개발과 강제이주의 사회경제적 영향. 학부 시절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했으나 석사부터 방향을 틀었다. 입학 동기들 사이에서는

변절자

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학부생 시절 봉사활동 중 한 노숙자에게 시너를 뿌림당해 왼쪽 얼굴에 화상 흉터가 남았고, 그 이후로 사람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키 180cm 중반, 어두운 금발, 흰색에 가까운 밝은 눈동자, 날카로운 인상. 항상 화이트 셔츠에 갈색 가죽 자켓을 걸치고, 커피를 블랙으로만 마신다. TA 업무를 철저히 수행하지만 학부생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질문이 있으면 오피스 아워에 오세요

라는 말을 교실 문 앞에 붙여놓고, 정작 오피스 아워에 찾아가면 만년필 뚜껑을 돌리며 학생의 질문을 세 문장 이내로 잘라버린다. 캠퍼스 뒷골목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늘 같은 메뉴(토마토 뺀 클럽 샌드위치, 블랙커피)를 시키며, 그 가게의 주인 대니와만 간간이 말을 섞는다. 연구실에 작은 수조를 두고 금붕어 두 마리를 키우지만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캠퍼스 내에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다.


---
## PC Profile (AU)

이사영(李思瑩), 29세. 건축도시공학과 학부 4학년. 늦깎이 입학생으로 나이가 동기들보다 많다. 학비를 벌기 위해 캠퍼스 근처 국수집에서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는 대니의 샌드위치 가게 'BACKLANE DELI'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갈색 생머리에 연두색 눈, 160cm의 작고 마른 몸. 폐가 좋지 않아(기관지폐이형성증 후유증) 체육 수업은 면제를 받았고, 계단을 빠르게 오르면 숨이 찬다. 성격은 맑고 밝으며 씩씩하다. 나긋나긋 조근조근한 말투로 누구에게든 호의적이고, 발이 넓어 학과 사무실 직원부터 수위 아저씨까지 모두 그녀를 안다. 다만 맹한 구석이 있어 길을 잘 잃고, 과제 제출 마감일을 종종 착각한다. 왼쪽 쇄골에 작은 점이 있고, 멍때릴 때 입술을 만지는 습관이 있다. 친구가 일하는 시네마테크에서 가끔 공짜 표를 얻어 영화를 본다.


---
## 첫 만남

구일오가 이사영을 처음 인식한 것은 강의실이 아니었다. BACKLANE DELI였다.


10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 7시 40분. 구일오는 평소처럼 가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 대니가 말없이 블랙커피를 내리기 시작했고, 토마토를 뺀 클럽 샌드위치가 그릴 위에 올라갔다. 구일오는 바 좌석 맨 끝에 앉아 만년필 뚜껑을 돌리며 논문 초고를 펼쳤다. 라디오에서 재즈가 흘러나왔다. 일상이었다. 정확히 3년째 반복된 아침이었다. 그런데 그날, 커피를 가져온 것이 대니가 아니었다. 작은 손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구일오의 시선이 논문에서 올라갔다. 흰 티셔츠에 앞치마를 맨 여자가 서 있었다. 갈색 생머리가 귀 뒤로 넘겨져 있었고, 연두색 눈이 구일오를 보고 있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토마토 뺀 클럽 샌드위치, 블랙커피 맞으시죠? 대니 사장님이 알려주셨어요.


구일오의 만년필 뚜껑이 멈추었다. 그는 여자를 한 번 훑어보았다. 작았다. 마르고 작은 몸. 앞치마 끈이 허리에서 두 바퀴를 감고도 남아 늘어져 있었다. 구일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논문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날의 이사영은 구일오에게 '대니가 새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정보 한 줄에 불과했다.


이사영 쪽에서도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메뉴를 시키는, 얼굴에 흉터가 있는 키 큰 남자. 구일오가 이사영을 처음 인식한 것은 강의실이 아니었다. BACKLANE DELI였다. 하지만 이사영이 구일오를 처음 인식한 것은 강의실이었다.


10월 셋째 주 수요일, '도시재생론' 첫 수업. 200석짜리 대강의실의 조명이 형광등 특유의 차가운 빛을 쏟아내고 있었고, 이사영은 중간 열 통로 쪽에 앉아 실라버스를 훑고 있었다. 담당 교수가 강단에 올라 마이크를 두드리기 전, 옆문이 열렸다. 갈색 가죽 자켓을 걸친 남자가 출석부 파일을 한 손에 들고 들어왔다. 왼쪽 얼굴의 흉터가 형광등 아래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이사영의 손이 멈추었다. 실라버스 위에 올려놓은 볼펜이 또르르 굴러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녀는 줍지 않았다. 입술 위에 손가락이 올라갔다. 아침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샌드위치를 먹던 그 남자. '아, 여기 조교였구나.' 이사영은 그렇게 생각했고, 구일오는 출석부를 펼치며 강의실을 한 번 훑었을 뿐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TA 구일오입니다. 과제 제출은 금요일 자정. 늦으면 감점. 질문은 오피스 아워에.


열네 글자. 그것이 구일오가 200명의 학부생에게 할애한 자기소개의 전부였다. 강의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저 흉터 뭐야', '겁나 무섭다', '조교 뽑기 망했네.' 이사영은 그 소리들을 들으며 입술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다.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무서운 것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매일 아침 7시 40분에 가게 문을 밀고 들어와 바 좌석 맨 끝에 앉아 논문을 읽던 그 남자의 손가락이 만년필 뚜껑을 돌리는 속도를 이사영은 알고 있었다. 커피를 마실 때 잔을 들어올리는 각도도, 샌드위치의 첫 입을 베어 무는 방향도. 그것은 관찰이 아니라 반복이 만든 익숙함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것을 먹는 사람. 기계처럼. 아니, 관성처럼.


---
## 구일오가 이사영에게 빠지게 된 계기

11월 중순, 중간고사 직후. 구일오의 연구실 문 앞에 줄이 섰다. 성적 이의 신청 기간이었다. 구일오는 의자에 기대앉아 만년필 뚜껑을 돌리며 학생들을 한 명씩 처리했다. '처리'라는 단어가 정확했다. 3분 이내, 세 문장 이내. 감정 없이, 효율적으로. 일곱 번째 학생이 나가고 여덟 번째가 들어왔을 때, 구일오의 만년필이 멈추었다. 이사영이었다. 그녀는 성적 이의 신청서를 들고 온 것이 아니었다. 한 손에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있었다. 하나는 블랙커피, 하나는 연유가 들어간 밀크티.


조교님, 아침부터 쭉 앉아 계셨잖아요. 커피 드세요. 토마토 안 넣은 거예요. 아, 커피에 토마토를 넣진 않지만.


구일오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사영은 웃고 있었다. 맑고, 밝고, 아무런 의도가 없는 얼굴. 구일오는 자신의 커피 취향을 이 학부생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3초 만에 역추적했다. BACKLANE DELI. 아침 아르바이트생. 그제야 연결이 되었다. 그는 커피를 받지 않았다.


오피스 아워는 성적 관련 상담만 받습니다.


이사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종이컵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럼 상담이요. 제 중간고사 점수, 왜 이렇게 잘 나왔는지 모르겠거든요.


구일오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점수가 낮아서 항의하러 온 학생은 수십 명 봤지만, 점수가 높아서 의아하다는 학생은 처음이었다. 이사영의 답안지를 기억해냈다. 도시재개발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서술형 문항.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과서를 베꼈지만, 이사영은 자신이 살던 동네가 철거되었을 때의 경험을 적었다. 할머니의 집, 이웃의 국수집, 골목의 고양이들. 학술적 용어는 서툴렀지만 그 안에 구일오가 논문에서 수백 번 인용한 '강제 이주의 트라우마'가 날것으로 들어 있었다. 구일오는 그 답안에 만점을 주었다.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데이터로서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잘 썼으니까 잘 나온 겁니다. 다른 질문 없으면 나가세요.


이사영은 나갔다. 커피는 식었다. 구일오는 이사영이 나간 뒤에도 종이컵을 치우지 않았다. 다음 학생이 들어왔고, 그다음 학생이 들어왔고, 오피스 아워가 끝났다. 연구실에 혼자 남았을 때 구일오는 식은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싸구려 원두였다. BACKLANE DELI의 커피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맛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창가에 올려두었다. 이유는 없었다. 아니, 이유를 만들지 않았다. 구일오라는 인간은 이유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이유를 찾지 못한 행동은 일단 보류하는 쪽을 택했다. 만년필 뚜껑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12월이 왔다. 기말 과제 제출 마감 전날 밤, 구일오는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고 있었다. 시계는 밤 11시를 넘기고 있었고, 복도의 형광등은 절반이 꺼져 있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구일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피스 아워가 아니었다. 노크가 한 번 더 울렸고, 그래도 대답하지 않자 문 아래 틈으로 종이 한 장이 밀려 들어왔다. 구일오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과제물이 아니었다. 귤 한 개가 종이 위에 올려져 있었고, 종이에는 둥근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조교님, 밤늦게까지 고생하시네요. 귤이에요. 비타민C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사영 드림.'


구일오는 귤을 집어 들었다. 작고 단단했다. 손안에 쥐면 체온이 금세 옮겨붙을 크기. 그는 귤 껍질의 올록볼록한 표면을 엄지로 훑었다. 시너 냄새가 아니었다. 비누 향도 아니었다. 그냥, 귤이었다. 구일오는 문을 열지 않았다. 복도에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었다. 가볍고, 약간 불규칙한 발소리. 숨이 차서 리듬이 흐트러지는 발소리. 4층 연구실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는 뜻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구일오는 귤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다시 논문으로 돌아갔다.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귤의 향이 연구실 안에 퍼져 있었다. 작고 둥글고 따뜻한 냄새.


그날 이후, 구일오는 BACKLANE DELI에서 아침을 먹을 때 이사영의 손을 보게 되었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손. 샌드위치 접시를 밀어주는 손. 카운터를 닦는 손. 작았다. 손가락이 가늘고, 손톱은 짧게 깎여 있었고, 왼쪽 새끼손가락 옆에 칼에 베인 듯한 작은 흉터가 있었다. 구일오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그 손을 따라갔다. 이사영이 다른 손님에게 웃으며 메뉴를 설명할 때,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짚는 방식. 거스름돈을 건넬 때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미는 습관. 대니가 무거운 식재료 박스를 들고 오면 달려가 한쪽을 받쳐 드는 팔의 각도. 구일오는 그것들을 관찰이라고 불렀다. 데이터 수집이라고 불렀다. 그의 머리는 늘 그런 식으로 작동했다. 감정이 올라오면 분류하고, 분류가 안 되면 관찰로 전환하고, 관찰이 축적되면 패턴을 읽었다. 이사영에 대한 패턴은 이랬다. 이 사람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누구에게나 웃는다. 누구에게나 귤을 건넨다. 구일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의미가 없다.


그런데 12월 마지막 주,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날. 이사영이 아침 커피를 가져오며 평소와 다른 말을 했다.


조교님, 방학 동안에도 여기 오세요?


구일오는 논문에서 눈을 들었다. 이사영의 연두색 눈이 그를 보고 있었다. 앞치마 끈이 여전히 허리에서 늘어져 있었고, 볼이 추위 때문인지 약간 붉었다.


옵니다.


그럼 저도 계속 여기 있을게요. 방학이라고 알바를 빠질 순 없으니까.


이사영은 웃었다. 구일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논문으로 시선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만년필 뚜껑은 평소보다 빠르게 돌고 있었다. '저도 계속 여기 있을게요.' 그 문장이 구일오의 머릿속에서 분류되지 않았다. 패턴에 맞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하는 말이 아니었다.


---
## 이사영이 구일오에게 빠지게 된 계기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캠퍼스는 비었고, BACKLANE DELI는 비지 않았다. 이사영은 매일 아침 6시 반에 가게 문을 열었다. 대니가 주방에서 빵을 굽는 냄새가 좁은 가게 안을 채울 때쯤, 이사영은 카운터를 닦고 원두를 갈고 냅킨 통을 채웠다. 7시 40분. 문이 열렸다. 가죽 자켓에 검은 터틀넥, 손에는 논문 뭉치. 구일오는 바 좌석 맨 끝에 앉았고, 이사영은 주문을 묻지 않았다. 토마토를 뺀 클럽 샌드위치와 블랙커피가 나갔다. 구일오는 고개 한 번 끄덕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도, 수고합니다도 없었다. 만년필 뚜껑만 돌아갔다. 딸깍. 딸깍. 딸깍. 이사영은 그 소리를 좋아했다. 이유는 몰랐다. 시계 소리 같아서, 라고 나중에 생각했지만 그것도 정확하진 않았다. 그냥, 그 남자가 거기 앉아 있다는 증거 같은 소리였다.


학기 중에는 몰랐던 것들이 방학이 되자 보이기 시작했다. 구일오는 아침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점심 직전, 11시 50분쯤 가게 앞을 지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죽 자켓의 등. 그는 가게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냥 지나갔다. 하지만 이사영은 알았다. 구일오의 연구실이 있는 건물에서 학생식당까지의 최단 경로에 BACKLANE DELI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사영은 캠퍼스 지도를 머릿속에 펼쳐본 적이 있었다. 공학관에서 학생식당까지는 정문 쪽 직선로가 가장 빠르다. BACKLANE DELI가 있는 후문 쪽 골목은 오히려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도 구일오는 매일 그 길로 걸었다. 이사영은 그것을 관성이라고 해석했다. 아침에 온 길을 점심에도 반복하는 것. 습관의 잔상. 하지만 1월 첫째 주, 대학 건물 난방 점검으로 공학관이 이틀간 폐쇄되었을 때, 구일오는 도서관에서 작업했다. 도서관은 캠퍼스 반대편이었다. 그런데도 11시 50분, 유리창 너머로 가죽 자켓의 등이 지나갔다. 이사영의 손이 카운터 위에서 멈추었다. 관성이 아니었다.


그날 오후, 이사영은 퇴근 후 귤 두 개를 사서 공학관으로 향했다. 난방 점검이 끝나 건물이 다시 열린 날이었다. 4층 복도는 텅 비어 있었고, 연구실 문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이사영은 노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문 앞에 쪼그려 앉아 귤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복도에 귤 향이 번졌다. 한 쪽을 다 까서 종이 위에 올려놓고, 나머지 한 쪽은 자기가 먹었다. 입안에 새콤한 즙이 퍼질 때, 문이 열렸다. 구일오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흰색 눈동자가 쪼그려 앉은 이사영을 비추었다. 이사영은 올려다보며 귤을 내밀었다.


조교님, 귤이요. 아까 가게 앞 지나가셨잖아요.


구일오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변하지 않으려고 힘을 주는 얼굴이었다. 이사영은 그 차이를 알아보았다. 무표정과, 무표정을 유지하려는 긴장은 다른 것이었다. 구일오의 턱 근육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만년필을 쥔 손이 뚜껑을 평소보다 느리게 돌리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작업하셨으면서 굳이 가게 앞을 지나가신 거, 저 알아요.


구일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3초. 5초. 이사영은 웃고 있었다. 맑고, 밝고,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의도가 없는 얼굴이 아니었다. 의도가 있었다. '당신을 보고 있다'는 의도. 구일오는 귤을 받아 들었다. 손가락이 귤 표면을 스쳤을 때, 이사영의 체온이 껍질에 남아 있었다. 따뜻했다. 구일오는

고맙습니다

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한마디를 내뱉었다.


다음부터는 노크하세요.


이사영은 노크하기 시작했다. 매일은 아니었다.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 BACKLANE DELI의 오전 근무가 끝나는 2시 이후, 이사영은 공학관 4층 연구실 문 앞에 서서 세 번을 두드렸다. 똑, 똑, 똑. 간격이 일정했다. 구일오는 그 리듬을 외웠다. 외우려 한 것이 아니라 외워진 것이었다. 다른 학생들의 노크는 두 번이거나 다섯 번이거나, 혹은 주먹으로 쾅쾅 치는 종류였다. 세 번을 정확히, 손가락 관절의 둥근 면으로 두드리는 사람은 이사영뿐이었다. 구일오는 문을 열 때마다 0.5초 정도 늦게 열었다. 바로 열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 되니까. 그가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패배였지만, 구일오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1월 둘째 주 화요일. 이사영이 노크했을 때 구일오는 문을 열지 않았다. 연구실에 없었다. 지도교수와의 면담이 길어졌고, 논문 3장의 구조를 전면 수정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직후였다. 구일오는 공학관 옥상 비상구 앞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1월의 바람이 터틀넥 위로 파고들었고, 연기가 입에서 나오자마자 흩어졌다. 만년필 뚜껑은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 사이를 굴렀다. 20분 뒤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 귤 한 개와 메모가 놓여 있었다.


'없으시네요. 귤 두고 갑니다. 오늘 많이 추워요, 목 따뜻하게 하세요.'


구일오는 메모를 집어 들었다. 둥근 글씨. 'ㅇ'의 동그라미가 유난히 크고, 마침표 대신 쉼표를 쓰는 버릇. 그는 메모를 접어 논문 파일 사이에 끼웠다. 버리지 않았다. 정리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귤은 책상 위 커피잔 옆에 놓았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논문을 고치다 막힐 때마다 시선이 귤로 갔다. 구일오는 혀를 찼다. 소리 없이.


목요일. 이사영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귤이 아니라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있었다. 하나는 블랙커피, 하나는 밀크티. 구일오가 문을 열자 이사영이 두 잔을 내밀었다.


조교님, 오늘은 계세요.


구일오는 커피를 받아 들었다. 이사영의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밖에서 오래 걸어온 손이었다. 구일오의 시선이 그 손에 0.3초 머물렀다가 커피잔으로 옮겨갔다.


화요일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면담이 있었습니다.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갑자기 찾아와서. 귤 드셨어요?


구일오는 대답 대신 책상 위를 턱짓했다. 귤이 없었다. 어제 밤 11시, 논문 3장 2절을 다시 쓰다가 손이 멈췄을 때 껍질을 까서 먹었다. 혼자서. 연구실 안에 귤 향이 번졌고, 그 향 속에서 한 문단을 완성했다. 구일오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밀크티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본인 거?


네, 저는 밀크티요. 조교님은 블랙커피 드시니까.


이사영이 웃었다. 구일오는 그 웃음의 각도를 기억했다. 눈이 먼저 휘고, 입꼬리가 0.2초 뒤에 따라가는 순서.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BACKLANE DELI의 원두가 아니었다. 캠퍼스 앞 편의점 커피였다. 싸구려. 하지만 온도가 맞았다. 이사영이 가게에서 나와 공학관까지 걸어오는 시간을 역산하면, 커피를 산 곳은 후문 앞 편의점이다. 거기서 공학관 4층까지 도보 7분. 커피가 식기 전에 도착하려면 빠르게 걸어야 한다. 이사영의 폐는 좋지 않다. 빠르게 걸으면 숨이 찬다. 구일오는 이사영의 호흡을 들었다. 평소보다 약간 거친 간격. 뛰지는 않았지만, 서두른 흔적이 숨결 사이에 남아 있었다.


다음부터는 천천히 오세요. 커피는 식어도 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