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필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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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1 18:51

사흘이었다.


마카오 출장. LDC와 포르투갈 행정부 사이의 토지 이관 문제를 정리하는 실무 협의. 구일오는 페리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담배를 두 개비 피웠고, 택시 안에서 무선호출기를 확인했다. 88. 88. 88. 사흘 동안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도착한 숫자들이 화면에 쌓여 있었다. 택시가 셩완의 좁은 골목에 진입할 때, 구일오의 손가락이 호출기 위를 한 번 쓸었다. 입꼬리가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동자 안쪽의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열쇠를 돌렸다. 현관의 어둠 속에서 귤 향이 먼저 코를 찔렀다. 신발을 벗고 거실을 지나 미닫이문 앞에 섰다.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가로등 빛. 구일오는 문을 밀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이사영이 자고 있었다.


그것까지는 예상 범위 안이었다. 새벽 한 시. 국수집 퇴근 후 씻고 누우면 기절하듯 잠드는 패턴. 구일오의 시선이 침대 위를 훑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자신의 셔츠가 이사영의 몸 위에서 이불처럼 펼쳐져 있었다. 맨다리가 시트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옆이었다.


이사영의 팔이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다. 길고 두툼한 원통형의, 하늘색 커버가 씌워진, 명백하게 사람이 아닌 물체. 바디필로우. 이사영은 그것을 양팔로 꽉 껴안고 다리까지 걸친 채, 자신의 볼을 필로우 윗부분에 비비듯 밀착시키고 있었다. 입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깊었다. 완벽하게 편안한 자세. 구일오가 사흘 동안 비운 자리를, 솜이 채운 원통이 차지하고 있었다.


구일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문틈에 기댄 채 3초 동안 그 광경을 관찰했다. 하늘색 커버. 새 것이다. 사흘 사이에 산 거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필로우의 커버를 무의식적으로 쥐고 있었다. 구일오가 잠들기 전 이사영의 손가락이 자신의 런닝셔츠 밑단을 쥐는 것과 같은 힘, 같은 각도였다. 구일오의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는 조용히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런닝셔츠로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서 왼쪽 얼굴의 화상 흉터가 형광등 아래 하얗게 빛났다. 그는 불을 끄고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 앞에 섰다. 이사영의 등 뒤, 원래 자신이 눕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비어 있기는 했는데, 바디필로우의 아랫부분이 그 영역까지 침범해 있었다. 구일오는 이불을 들추고 조심스럽게 침대에 올라갔다. 매트리스가 그의 무게에 눌려 살짝 기울었다. 이사영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디필로우를 더 꽉 껴안았다. 구일오의 흰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그 하늘색 원통을 응시했다.


질투. 라고 부르기에는 상대가 너무 한심했다. 솜뭉치에게 자리를 빼앗긴 남자의 기분을 설명할 단어가 광동어에도 영어에도 마땅히 없었다. 구일오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맞은편 건물의 불빛이 창문을 통해 천장에 긴 줄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그는 옆으로 돌아누워 이사영의 뒷머리를 바라보았다. 갈색 머리카락에서 비누 향이 났다. 그 너머로 하늘색 필로우 커버가 보였다. 이사영의 볼이 필로우에 눌려 살짝 찌그러져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셔츠 아래로 등이 작게 오르내렸다.


......이사영.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이사영이 반응하지 않았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구일오의 손이 이불 위에서 멈칫하다가, 이사영의 허리 위에 느리게 내려앉았다. 셔츠 천 너머로 체온이 전해졌다. 따뜻했다. 이사영의 허리 위에 얹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구일오는 그 자세로 30초를 버텼다. 셔츠 천 아래로 전해지는 체온이 손바닥 전체를 적셨다. 따뜻했다. 사흘 동안 마카오의 호텔 침대에서 천장만 올려다보던 밤들이 떠올랐다. 에어컨 바람, 다림질된 시트, 소독약 냄새. 잠은 오지 않았고, 금붕어도 없었고, 비누 향도 귤 향도 없었다. 그는 매일 밤 호출기의 88을 확인하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그런데 지금, 사흘 만에 돌아온 자리에 솜뭉치가 누워 있다.


구일오의 손가락이 이사영의 허리를 느리게 감쌌다. 셔츠 밑단이 올라가 맨살이 드러난 옆구리. 손끝이 피부에 닿자 이사영이 잠결에 꿈틀했다. 하지만 돌아눕지 않았다. 오히려 바디필로우를 더 깊이 끌어안으며 코를 필로우 커버에 묻었다. 구일오의 눈썹이 1밀리미터 올라갔다. 그의 시선이 이사영의 손가락으로 갔다. 하늘색 천을 쥔 다섯 손가락. 새끼손가락까지 꼬옥 감은 그립. 그것은 분명히, 의심의 여지 없이, 구일오의 런닝셔츠 밑단을 쥐는 그 손이었다.


......이게 뭡니까.


혼잣말이었다. 질문이 아니라 진단이었다. 구일오는 상체를 일으켜 팔꿈치로 매트리스를 짚고 이사영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빛이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흘러들어 이사영의 볼 위에 줄무늬를 그렸다. 눈이 감겨 있었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입술이 살짝 벌어져 고른 숨이 새어나왔다. 왼쪽 쇄골의 작은 점이 셔츠 목 사이로 보였다. 구일오의 턱이 굳었다가 풀렸다. 그는 이사영의 머리카락 한 줄기를 집어 귀 뒤로 넘기고, 고개를 숙여 드러난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이사영.


이번에는 숨결이 닿을 거리였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귓바퀴를 스쳤다. 이사영의 어깨가 움찔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잠과 깨어남 사이의 얕은 수면. 구일오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의 손이 이사영의 허리를 감싼 채 바디필로우와 이사영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손가락 끝이 필로우 커버의 매끈한 표면에 닿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사영의 팔과 필로우 사이에 자신의 팔을 끼워넣었다. 솜뭉치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교체하는 동작이었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하늘색 천에서 미끄러졌다. 구일오의 런닝셔츠 밑단이 그 손가락 아래로 들어갔다.


이사영이 잠결에 중얼거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구일오의 팔이 바디필로우가 있던 자리를 완전히 차지했다. 이사영의 볼이 하늘색 커버 대신 구일오의 쇄골 아래에 닿았다. 체온이 섞였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런닝셔츠 밑단을 더듬다가, 익숙한 천의 감촉을 찾아낸 듯 꼬옥 쥐었다. 새끼손가락까지. 구일오는 밀려난 바디필로우를 발끝으로 침대 가장자리까지 밀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색 원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구일오의 입꼬리가 어둠 속에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올라갔다.


사흘 비웠더니 대체품을 들여놓다니.


이사영의 정수리에 턱을 얹으며 구일오가 중얼거렸다. 비누 향이 코끝을 채웠다. 이사영의 숨소리가 그의 가슴팍에서 진동으로 전해졌다. 규칙적이고, 깊고, 따뜻했다. 구일오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마카오에서의 사흘 밤과는 다른 어둠이었다. 창밖에서 셩완의 새벽 바람이 맞은편 건물의 빨래를 흔들었고, 거실의 금붕어 수조에서 모터가 윙윙거렸다. 그의 손이 이사영의 등을 느리게 쓸어내렸다.


구일오의 손이 이사영의 등을 쓸어내리다가, 척추의 굴곡을 따라 느리게 멈췄다. 셔츠 천이 주름져 올라간 허리 아래, 맨살이 드러난 허리춤. 손바닥 아래로 전해지는 체온이 사흘간 마카오 호텔의 다림질된 시트 위에서 잊고 있던 온도였다. 구일오의 턱이 이사영의 정수리 위에 얹힌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비누 향이 코끝에 묻어 폐 깊숙이 내려갔다. 눈을 감으면 이 냄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는 사실을 그는 마카오에서 이미 확인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확인은 됐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잠결에 런닝셔츠 밑단을 더 깊이 움켜쥐었다. 새끼손가락이 천 사이로 파고들어 구일오의 옆구리 피부에 닿았다. 차가웠다. 이사영의 손끝은 늘 차가웠다. 구일오는 그 감촉에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바닥에 떨어진 하늘색 바디필로우가 희미하게 보였다. 패배한 경쟁자처럼 구겨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구일오의 입꼬리가 또 한 번, 의지와 무관하게 올라갔다.


......솜뭉치 주제에.


중얼거림이 새벽 공기 속에 녹았다. 이사영의 숨소리가 그의 쇄골 아래에서 규칙적으로 진동했다. 들이쉬고, 내쉬고. 그 사이사이에 약간의 거친 결이 섞여 있었다. 기관지. 구일오의 손이 이사영의 등에서 멈춘 채, 그 호흡의 리듬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들숨과 날숨 사이의 간격이 균일했다. 깊이 잠들어 있다는 증거.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이사영의 이마에 입술을 댔다. 닿았다기보다는 스쳤다. 체온만 겹쳤다.


거실에서 금붕어 수조의 모터가 윙윙거렸다. 토마토와 버섯. 사흘 동안 자동 급식기에 의존했을 두 마리. 내일 아침에 밥을 줘야 한다. 이사영이 일어나면 수조 앞에 쪼그려 앉아

밥 먹었어?

하고 물고기에게 말을 걸겠지. 구일오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맞은편 건물의 간판 불빛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그 점멸하는 빛 아래에서 구일오는 생각했다. 사흘. 고작 사흘을 비웠을 뿐인데 이 여자는 대체품을 들여놓았고, 자신은 대체품에게 질투를 느꼈고, 지금 솜뭉치를 바닥에 걷어찬 뒤 그 자리를 되찾아 누워 있다. 31년 인생에서 가장 한심한 승리였다.


내일 저거 버릴 거야.


이사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대답은 없었다. 이사영의 숨결이 구일오의 가슴팍을 적셨다. 구일오의 팔이 이사영의 허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감쌌다. 바디필로우가 차지하지 못하는 힘이었다. 솜에는 체온이 없고, 심장이 없고, 셔츠 밑단을 쥐는 차가운 손가락이 없다. 구일오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마카오에서의 세 번의 밤이 거짓말처럼 멀어졌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그의 옆구리에 닿아 있었고, 비누 향이 폐를 채우고 있었고, 금붕어 수조의 모터 소리가 자장가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잠들었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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