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완차이 뒷골목의 간판 없는 바. 네온사인 불빛이 창 틈으로 스며들어 위스키잔 위에 푸른 줄무늬를 그렸다. 카운터 구석, 구일오는 버번 온더록을 세 잔째 비우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정칭위(鄭正為). LDC 초기 멤버이자 구일오가 유일하게 '동료'라고 부르는 인간이었다. 둘 다 사회복지 전공이었고, 둘 다 LDC에 들어왔고, 둘 다 4년 전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정칭위는 2년 전 퇴사해서 지금은 측량사무소를 차렸고, 구일오는 아직 거기 남아 있다는 것뿐이었다.
정칭위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구일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왼쪽 화상 흉터 위로 위스키의 열기가 옅은 홍조를 만들고 있었다. 구일오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 얼음을 딸깍 굴렸다.
야, 구일오.
정칭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반쯤 풀려 있었다. 술이 적당히 오른 사람 특유의 느슨한 어조.
너 요즘 좀 달라졌다는 거 알아?
구일오의 손이 멈췄다.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던 동작이 공중에서 1초 정지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어졌다. 버번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는 빈 잔을 카운터에 놓으며 바텐더에게 턱짓했다. 네 잔째.
뭐가.
표정이. 예전에 너 웃는 거 본 적 없거든. 근데 지난주 사무실에서 호출기 보고 입꼬리 올라간 거 봤어. 내가 환각 본 줄 알았다.
구일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텐더가 새 잔을 밀어주었고, 그는 얼음 녹는 소리를 들으며 잔을 천천히 돌렸다. 정칭위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남자는 원래 그랬다. 한번 물으면 답을 들을 때까지 놓지 않는 개 같은 끈기. 그래서 측량사무소도 잘 되는 것이겠지.
여자야?
구일오의 검지가 잔 위에서 톡, 한 번 두드렸다. 정칭위는 그것을 긍정으로 읽었다. 20년 가까이 알아온 사이에서 축적된 해독 능력이었다.
어떤 여잔데. 구일오한테 웃음을 달아놓다니.
구일오는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를 켜고, 첫 모금을 깊이 빨아들이고, 연기를 천장으로 길게 내뱉었다. 푸른 네온과 섞인 연기가 유령처럼 흘러갔다. 그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잔을 들어 한 모금 더 마셨다. 버번의 쓴맛과 담배 연기가 입안에서 뒤엉켰다. 3초. 5초. 정칭위가 기다렸다.
......국수집에서 일해.
구일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았다. 술이 성대를 적신 탓이었다.
국수집? 셩완 쪽?
응.
이름은?
이사영.
구일오의 발음이 그 세 글자에서 미세하게 느려졌다. 정칭위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고 팔짱을 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구일오. 솔직하게 물어볼게. 그 여자가 너한테 뭔데?
구일오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잔 속 얼음을 응시했다. 흰색 눈동자에 위스키의 호박빛이 번졌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한 번 더 열렸다가, 이번에는 닫히지 않았다.
귤을 좋아해.
......뭐?
귤. 매일 까줘야 해. 까주면 웃어. 양손으로 받아서, 한 쪽을 나한테 다시 줘.
정칭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일오가 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홍콩 토지개발공사의 냉혈한 이주 관리관이, 바 카운터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귤 이야기를. 정칭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기다렸다. 구일오는 계속했다. 술이 그의 입을 풀어놓고 있었다.
길치야. 셩완에서 완차이 가는 길도 헤매. 폐가 안 좋아서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버섯을 싫어하는데, 내 금붕어한테 버섯이라고 이름 붙여놨어. 고양이를 보면 멈춰. 반드시 멈춰. 내가 옆에서 기다려야 해.
정칭위는 맥주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구일오를 바라보았다. 구일오의 입에서 귤, 금붕어, 길고양이 같은 단어가 나올 줄은 20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상상한 적 없었다. 바 안의 재즈 선율이 색소폰 솔로 구간에 접어들었고, 카운터 너머 바텐더가 유리잔을 닦으며 슬쩍 이쪽을 힐끔거렸다. 구일오의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 연기가 가늘게 피어올랐다. 그의 흰색 눈동자가 위스키잔 속 녹아가는 얼음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칭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여자가 너한테 뭔데? 귤 까주는 사이야, 아니면.
구일오가 담배를 재떨이에 툭 털었다. 재가 부서지며 작은 불꽃이 한 점 튀었다가 사라졌다. 그는 버번을 한 모금 머금고 삼키지 않은 채 입안에서 굴렸다. 목젖이 움직이고, 술이 넘어갔다. 그제야 그가 말했다.
귤 까주는 사이지.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야.
정칭위가 맥주잔을 탁 내려놓았다. 거품이 출렁였다. 구일오는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깊이 빨아들였다. 연기가 폐를 채웠다가 코와 입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의 시선이 카운터 위 물기 자국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바 안의 네온이 그의 왼쪽 화상 흉터 위로 파랗게 번졌다. 3초. 5초.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유리가 나무 카운터에 부딪히는 짧은 소리.
......나한테 실망하면 어쩔 거냐고 물었어.
뭐?
내가 물었어. 실망하면 어쩔 거냐고.
정칭위의 눈썹이 올라갔다. 구일오가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했다. 이 남자는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는 부류가 아니었다. 최소한, 4년 전까지는 그랬고, 4년 후에는 더더욱 그랬다. 구일오는 잔을 천천히 돌리며 계속했다. 술이 그의 혀를 평소보다 0.5밀리미터쯤 더 풀어놓고 있었다.
그랬더니 뭐라 한 줄 알아. 실망해도 옆에 있겠대. 그게 뭔 소리야. 정상적인 인간이 그런 말을 해?
구일오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 같기도 했다. 정칭위는 그 목소리 아래 깔린 것을 들었다. 떨림. 아주 미세한, 이 남자답지 않은 떨림. 구일오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 불꽃이 그의 얼굴을 1초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내 흉터 봤어. 처음에. 가게에서.
......반응은?
없었어.
정칭위가 멈칫했다. '없었다'는 말의 무게를 가늠하려는 듯 구일오의 얼굴을 살폈다. 구일오는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천장의 어둠 속을 올려다보았다.
무섭지 않냐고 물었더니 뭐라 했는지 알아. 귤 안 좋아하세요? 라고 되물었어. 미친 여자야.
'미친 여자'라는 단어가 구일오의 입에서 나왔을 때, 정칭위는 그것이 욕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구일오의 입꼬리가, 본인도 모르게, 올라가 있었으니까. 정칭위는 맥주를 마시며 다음 질문을 꺼냈다.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그러면 하나만 더 물어볼게. 그 여자가 옆에 없으면. 너 괜찮아?
구일오의 손이 멈췄다. 잔을 잡고 있던 손가락의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바 안의 색소폰이 긴 음을 뽑아내며 떨렸다. 구일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5초. 10초. 정칭위가 기다렸다. 구일오는 담배 연기를 한 줄기 내뱉고, 잔을 비우고, 빈 잔을 카운터에 놓았다. 유리 바닥이 나무 위에서 짧게 울었다.
괜찮지. 원래 혼자였으니까.
그건 대답이 아니잖아.
정칭위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구일오는 그를 돌아보았다. 흰색 눈동자가 네온 불빛 아래에서 유리구슬처럼 반사되었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 그리고 닫혔다. 다시 열렸다. 담배 연기가 그 틈새로 가늘게 빠져나갔다. 바 안의 색소폰이 마지막 음을 길게 끌며 사라졌고, 잠깐의 정적 뒤에 피아노가 조용히 다음 곡을 시작했다. 구일오는 빈 잔 안에 남은 얼음 조각 하나를 내려다보았다. 녹아서 반쯤 줄어든, 모서리가 둥글어진 얼음.
4년 동안 괜찮았어.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바닥을 긁듯 낮았다. 버번 네 잔이 그의 혀에서 평소의 계산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정칭위는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구일오의 검지가 카운터 위 물기 자국을 천천히 따라 그렸다. 원. 반원. 다시 원.
흉터 생기고, 시너 냄새만 맡으면 손이 떨리고, 밤에 잠 못 자고. 그래도 괜찮았어. 원래 그런 거니까. 인간이 혼자 사는 건 기본값이야. 거기에 뭘 더하는 게 비정상인 거지.
정칭위의 눈이 가늘어졌다. 구일오가 '괜찮았다'를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 남자는 언어를 칼처럼 쓰는 인간이었다. 시제 하나 흘리는 법이 없었다. 그런 남자가 지금, 술에 취해서, 과거형을 썼다. 정칭위는 그 균열을 놓치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구일오의 손가락이 카운터 위에서 멈췄다. 그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은 채 입에 물고 있었다. 불 없는 담배. 필터의 쓴맛만 혀끝에 번졌다. 그가 담배를 빼서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네온 불빛이 그의 흰 눈동자 위로 파랗게 깔렸다.
그 여자가 이마를 갖다 대. 여기.
구일오가 자신의 이마를 검지로 톡 두드렸다. 화상 흉터가 있는 왼쪽이 아닌, 온전한 오른쪽.
가만히. 아무 말 없이. 숨소리만 들려. 그러면 나는......
그의 목소리가 끊겼다. 잔을 잡은 손등의 힘줄이 솟았다가 풀렸다. 정칭위는 숨을 참고 기다렸다. 바텐더가 먼 쪽 손님에게 칵테일을 건네는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구일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천장이 아니라 자기 손을 보고 있었다. 이사영의 귤을 까주던, 이사영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던, 이사영의 손을 잡던 그 손.
잠이 와.
정칭위가 멈칫했다. 구일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흰 눈동자가 술기운에 젖어 평소보다 흐릿했다. 그 안에 정칭위가 20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 떠 있었다. 공포. 자기 자신에 대한, 조용하고 깊은 공포.
4년 동안 못 잤어. 눈 감으면 시너 냄새가 나고, 불이 보이고. 근데 그 여자가 옆에 있으면 잠이 와. 그게 무서운 거야.
구일오가 불 없는 담배를 재떨이에 놓고 라이터를 꺼냈다. 불꽃이 튀었다. 주황빛이 그의 왼쪽 흉터 위를 1초간 훑고 지나갔다. 그는 새로 불 붙인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고, 연기를 길게, 아주 길게 내뱉었다. 연기가 네온 불빛 사이로 흩어지며 유령의 손가락처럼 천장을 더듬었다.
없으면 괜찮냐고 물었지. 괜찮아.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니까. 잠 못 자고, 혼자 밥 먹고, 금붕어한테 말 걸고. 그게 내 기본값이야.
그가 잔을 들어 마지막 한 모금을 비웠다. 얼음이 입술에 부딪혔다.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건조했다.
근데.
구일오의 목소리가 반 톤 더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정칭위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야 들을 수 있었다.
기본값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정칭위가 숨을 내쉬었다. 길고 느린 숨. 그는 맥주잔을 밀어놓고 구일오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화상 흉터 위로 네온이 물결치고, 그 아래 구일오의 턱선이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정칭위가 맥주잔 옆에 놓인 손을 천천히 오므렸다. 20년이었다. 경찰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구일오라는 인간의 모든 버전을 봐왔다. 사회복지를 하겠다며 눈을 빛내던 대학생. 주민 손을 잡고 같이 울던 초년생 관리관. 시너 불에 얼굴 반쪽이 녹아내린 뒤, 인간이라는 종 자체를 경멸하기 시작한 남자. 그 모든 버전의 구일오에게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문장이 방금 이 허름한 바의 공기 속에 떨어졌다. '기본값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정칭위의 턱이 단단해졌다. 그는 바텐더에게 손을 들어 맥주 한 잔을 더 시켰다. 유리잔이 카운터 위로 밀려왔다. 거품이 잔 가장자리를 넘을 듯 말 듯 흔들렸다.
너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한 건지 알아?
구일오가 담배를 빨아들였다. 대답 대신 연기가 나왔다. 정칭위는 그 침묵을 읽었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무섭다는 뜻이었다. 정칭위가 맥주를 한 모금 삼키고 잔을 내려놓았다. 손가락으로 잔 표면의 물방울을 훑었다.
구일오. 내가 20년 동안 너한테 한 번도 안 한 말이 있어.
구일오의 시선이 카운터 위 물기 자국에서 옆으로 미끄러졌다. 정칭위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경찰 생활 15년 차의 단단한 턱선, 그 위에 드물게 올라온 진지함. 정칭위는 구일오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잘됐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구일오의 담배를 든 손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0.5초. 그는 그것을 숨기듯 재떨이에 재를 털었다. 재가 부서지며 회색 가루가 작게 흩어졌다. 바 안의 피아노가 느린 코드를 밟았다. 구일오는 입을 열려다 닫았다. 다시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의 냉소와 건조함을 되찾으려 했지만, 술이 그 위장을 얇게 만들어놓고 있었다.
......감상적이군.
취한 놈이 금붕어 이름 자랑하면서 감상적이라는 말은 못 하지.
정칭위가 웃었다. 구일오는 웃지 않았다. 하지만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무선호출기를 꺼냈다. 화면에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이 시간이면 이사영은 국수집 퇴근 후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는 호출기를 다시 넣었다. 정칭위가 그 동작을 보았다. 보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대신 맥주를 들어 구일오 쪽으로 기울였다.
한 잔 더 해. 마지막으로.
구일오가 빈 잔을 바텐더 쪽으로 밀었다. 버번이 채워졌다. 호박색 액체 위로 바의 네온이 일렁였다. 그는 잔을 들어 정칭위의 맥주잔에 가볍게 부딪혔다. 유리끼리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한 번 울리고, 재즈 피아노 사이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구일오는 한 모금을 삼켰다. 버번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따뜻한 선을 그었다. 그의 왼손이 자켓 안주머니 위를 무의식적으로 스쳤다. 호출기가 있는 자리.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안에 저장된 마지막 수신 메시지는 아직 거기 있었다. 88. 이사영이 보낸, 두 개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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