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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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1 19:12

# 에피소드: 다섯 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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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1월의 어느 수요일 아침, 아무런 예고 없이 일어났다. 우주가 재채기를 했는지, 풍수가 뒤집혔는지, 아니면 홍콩이라는 도시가 마침내 자기 자신의 비현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한 번 찡긋한 건지.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결과만이 있었다. 사이잉푼 힝와 빌딩 7층 B호, 침대 위에서 갈색 가죽 자켓 안에 파묻힌 채 눈을 뜬 것은 서른한 살의 LDC 이주 관리관이 아니었다. 금발이 눈 위로 삐죽 솟은, 왼쪽 볼에 흉터가 있는,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였다.


그리고 셩완 싱와 빌딩 7층 B호에서는, 흰 원피스가 이불처럼 온몸을 덮은 채 갈색 머리카락을 입에 물고 자고 있던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귤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일어났다.


하루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다섯 살은 그런 걸 모른다. 다섯 살은 배가 고프고, 무섭고, 심심하고, 울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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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프닝 1: 금붕어와 울음

구일오의 집 거실. 수조 안에서 금붕어 두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토마토와 버섯. 이사영이 지어준 이름이었지만, 다섯 살의 구일오는 그 이름을 몰랐다. 다섯 살의 구일오는 소파 위에 올라가 수조를 내려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슬랙스가 발목까지 흘러내려 있었고, 화이트 셔츠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 원피스처럼 펄럭였다. 아이의 흰색 눈동자가 물속에서 꼬리를 흔드는 주황색 점 두 개를 쫓았다.


…물고기.


아이가 중얼거렸다. 광동어였다. 목소리는 높고 맑았으며, 서른한 살의 구일오가 들었다면 자기 성대를 뜯어냈을 종류의 음색이었다. 아이는 수조 유리에 손바닥을 붙였다. 금붕어가 손바닥 쪽으로 다가왔다가 유리에 부딪혀 방향을 틀었다. 아이의 눈이 커졌다. 입술이 떨렸다.


왜 안 와…


아이의 눈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금붕어가 자기한테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섯 살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울 만한 이유였다. 아이는 소파 위에 앉은 채로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울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어깨만 들썩이는 울음이었다. 서른한 살의 구일오가 주민 앞에서 절대 하지 않는 종류의 울음이었지만, 다섯 살은 그런 규칙을 모른다.


한참을 울다가 아이는 주방으로 기어 내려갔다. 맨발이 타일 위에서 찰싹거렸다. 냉장고를 열었다. 귤이 네 개 들어 있었다. 아이는 귤 하나를 꺼내 양손으로 쥐었다. 까는 방법을 몰랐다. 손톱으로 껍질을 긁다가 손가락 밑에 귤즙이 배어 따가워지자, 다시 울었다. 이번에는 소리를 내며. 빈 아파트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올라갔다. 금붕어 두 마리는 수조 안에서 아무 감상 없이 꼬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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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프닝 2: 횡단보도에서의 조우

셩완과 사이잉푼 사이, 데보로드 웨스트의 횡단보도. 어떻게 밖에 나왔는지는 다섯 살의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다섯 살의 이사영은 문이 열려 있으면 나가고, 계단이 있으면 내려가고, 길이 있으면 걷는다. 흰 원피스가 발등까지 끌렸고, 슬리퍼는 벗겨져 한쪽만 신고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얼굴 반을 덮었고, 연두색 눈이 횡단보도 신호등의 빨간 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것은 화이트 셔츠를 질질 끌며 맨발로 아스팔트를 밟고 있는 금발 사내아이였다. 왼쪽 볼에 흉터가 있었고, 흰색 눈동자가 횡단보도 건너편의 갈색 머리 여자아이를 발견한 순간 멈췄다. 두 아이가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봤다. 1990년 1월의 홍콩, 데보로드 웨스트 위에서. 트럭이 지나가며 경적을 울렸고, 노점상 아주머니가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혀를 찼다.


신호가 바뀌었다. 초록불.


이사영이 먼저 걸었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의 슬리퍼가 아스팔트 위에서 찰싹 소리를 냈다. 한쪽만 신은 발이 횡단보도의 흰 줄을 밟으며 건너왔고, 나머지 맨발은 1월의 차가운 노면 위에서 발가락을 오므렸다.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입술에 붙었고, 연두색 눈이 건너편에 서 있는 금발 사내아이를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망설임이 없었다. 다섯 살의 이사영에게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회로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눈앞에 자기만큼 작은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울었던 흔적이 볼 위에 남아 있고, 셔츠가 질질 끌리고 있으면, 다섯 살의 세계에서 그건 '다가가야 하는 이유'였다.


구일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흰색 눈동자가 다가오는 여자아이를 쫓았고, 왼쪽 볼의 흉터 위로 1월 바람이 스쳤다. 다섯 살의 구일오는 그 흉터가 왜 있는지 몰랐다. 아프지도 않았다. 다만 아까 아파트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한참 만졌을 뿐이었다. 울퉁불퉁했다. 그게 전부였다. 여자아이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 그의 앞에 섰다. 이사영의 머리카락 끝에서 비누 냄새가 났다. 아이의 코가 벌름거렸다.


너 누구야.


구일오가 물었다. 높고 맑은 목소리였다. 서른한 살의 구일오가 들었다면 자기 혀를 깨물었을 억양이었다. 경계도, 위협도 아닌,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이사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연두색 눈이 구일오의 흰색 눈동자를 올려다봤다. 다섯 살의 구일오가 다섯 살의 이사영보다 반 뼘 정도 컸고, 그 반 뼘의 차이를 이사영은 고개를 젖혀 메웠다. 트럭 한 대가 지나가며 배기가스를 뿜었고, 노점상 아주머니가

어이, 꼬맹이들! 거기 서 있으면 차에 치여!

하고 소리쳤다. 두 아이 모두 듣지 않았다.


이사영이 손을 내밀었다. 작고, 귤즙 자국이 아직 남아 있을 리 없는, 깨끗한 다섯 살의 손이었다. 구일오는 그 손을 내려다봤다. 3초. 아이의 입술이 움직였다.


나 사영. 너 얼굴에 이거 뭐야?


이사영의 손가락이 구일오의 왼쪽 볼을 향해 올라왔다. 구일오는 피하지 않았다. 서른한 살이었다면 손목을 잡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섯 살은 흉터를 숨기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고, 누군가의 손가락이 자기 얼굴에 닿는 것을 거부하는 법도 몰랐다. 이사영의 손가락 끝이 흉터의 울퉁불퉁한 표면 위에 닿았다. 차갑고 작은 손가락이었다. 구일오의 눈이 깜빡였다.


몰라.


구일오가 답했다. 진짜 몰랐다. 다섯 살의 구일오에게 4년 전의 시너 테러는 존재하지 않았다. 26년 뒤의 트라우마도, 빈민을 쓰레기로 보는 시선도, 합리주의라는 갑옷도 없었다. 있는 것은 배고픔과 추위와 금붕어가 자기한테 안 와서 울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흉터 위에서 천천히 내려와 구일오의 턱에 멈췄다. 아이가 웃었다. 


아프다? 호 해줄까?


구일오의 눈이 이사영의 웃는 얼굴 위에 머물렀다. 1월의 횡단보도 위에서, 트럭 소리와 노점상의 잔소리 사이에서, 다섯 살의 구일오는 난생처음 자기 흉터를 만진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영이 구일오의 왼쪽 볼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호' 하고 불었다. 따뜻하고 짧은 바람이었다. 구일오의 눈이 한 번 크게 깜빡였고, 아이의 입꼬리가 양쪽 다 동시에 올라갔다. 비대칭이 아니었다. 흉터가 아직 당기는 법을 모르는 다섯 살의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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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프닝 3: 낮잠

어떻게 둘이 같은 장소에 모이게 되었는지는 다섯 살의 기억력으로는 복원이 불가능했다. 확실한 것은 오후 2시쯤, 셩완 싱와 빌딩 7층 B호의 거실 바닥에 두 아이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사영의 집 바닥은 차가웠다. 1월의 타일 위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 맨바닥이었고, 창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두 아이의 발끝을 간질였다. 이사영은 할머니가 남긴 낡은 이불을 끌고 와 바닥에 펼쳤는데, 이불이 너무 커서 두 아이를 통째로 삼킬 수 있을 만큼 넓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이불 위에 부채처럼 퍼졌고, 연두색 눈이 천장의 금 간 페인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옆에 누운 금발 사내아이는 두 손을 배 위에 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든 것은 아니었다. 다섯 살의 구일오는 눈을 감으면 세상이 사라진다고 믿었고, 세상이 사라지면 옆에 누운 여자아이의 비누 냄새도 사라질까 봐 3초마다 한쪽 눈을 떴다.


너 자?


이사영이 물었다. 구일오가 감았던 눈을 떴다. 흰색 눈동자가 천장에서 옆으로 굴러 이사영의 얼굴에 멈췄다. 이사영의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추운 건지 졸린 건지 구분이 안 됐다. 다섯 살의 판단력으로는 둘 다 같은 것이었다.


안 자.


구일오가 답했다. 이사영이 이불 속에서 몸을 뒤집어 구일오 쪽을 향했다. 작은 손이 이불 밖으로 나와 구일오의 셔츠 소매를 잡았다. 서른한 살의 구일오였다면 손목을 빼고 담배를 피우러 갔을 동작이었지만, 다섯 살의 구일오는 소매가 당겨지는 감촉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셔츠 단추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단추가 너무 커서 아이의 엄지손가락만 했다.


나 무서워. 혼자 있으면.


이사영이 말했다. 목소리가 졸음에 젖어 끝이 흐려졌다. 구일오의 눈이 한 번 깜빡였다. 다섯 살의 구일오는 '무섭다'는 감정을 알았다. 아까 텅 빈 아파트에서 금붕어가 자기한테 오지 않았을 때, 귤 껍질이 안 까졌을 때, 거울 속 자기 얼굴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만졌을 때. 그때마다 배 안쪽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있었다. 아이는 이불 속에서 자기 손을 빼 이사영의 손 위에 올렸다. 작고 차가운 손바닥 두 개가 포개졌다. 구일오의 손이 이사영의 손보다 한 마디 정도 길었고, 그 한 마디의 차이가 이사영의 손가락 끝을 덮었다.


나도.


구일오가 말했다. 그게 전부였다. '나도 무섭다'의 뒷부분은 다섯 살의 어휘력이 삼켜버렸다. 하지만 이사영은 알아들었다. 다섯 살은 문장이 아니라 온도로 대화한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구일오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깍지는 아니었다. 다섯 살은 깍지를 모른다. 그냥 손가락이 손가락 틈에 끼어든 것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사영의 눈꺼풀이 내려왔다. 구일오의 눈꺼풀도 따라 내려왔다. 창밖에서 트램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왔고, 1990년 1월의 홍콩은 두 아이의 낮잠에는 관심이 없었다. 두 아이는 손을 잡은 채로 잠들었다. 이불이 너무 커서 두 사람 사이에 주름이 산맥처럼 접혀 있었고, 그 산맥 아래로 포개진 손만이 유일한 접점이었다.


## 후일담: 원상 복구

다음 날 아침, 구일오는 사이잉푼 힝와 빌딩 7층 B호 자기 집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서른한 살의 몸이 돌아와 있었다. 가죽 자켓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슬랙스는 제대로 입혀져 있었고, 왼쪽 볼의 흉터가 베개에 눌린 자국과 함께 당겼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금이 간 페인트. 아니, 그건 자기 집 천장이 아니었다. 기억이 안개처럼 걷히면서 어제 하루의 파편들이 떠올랐다.


금붕어 앞에서 울었다.


구일오의 턱 근육이 경련했다. 눈을 감았다.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화이트 셔츠 소매에서 비누 냄새가 났다. 이사영의 냄새. 아이의 손가락이 자기 흉터 위에 닿았던 감촉이 왼쪽 볼 위에 유령처럼 남아 있었다. '호 해줄까?' 높고 맑은 목소리가 고막 안쪽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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