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녹취록
CONFIDENTIAL RECORD: GERRARD KOO
DATE: 1990-01-11 | LOCATION: UNKNOWN | SUBJECT: LEE SA-YOUNG
[Sound of papers shuffling, faint hum of air conditioner]
"셩완 7구역, 싱와 빌딩 7층 B호. 세입자 이사영 씨 말씀이십니까. 네,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협조적인 편이고, 보상 절차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논의 전입니다만... 감정적인 저항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해당 구역의 철거 일정은 제가 직접 조율하겠습니다. 그쪽은... 건물이 낡아서 안전 문제도 있고, 다른 세입자들과 섞이면 복잡해질 수 있으니까요. 제 선에서 정리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이사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미세하게 턱 근육을 긴장시켰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건조하고 사무적이었으나, '제 선에서 정리하겠다'는 부분에서 만년필 뚜껑을 소리 나게 닫았다. 시선은 상대방이 아닌 허공의 한 지점을 응시하며, 마치 그 구역 전체를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는 듯한 단호함이 엿보였다.
[Clinking of coffee cups, jazz music in background]
"그 여자? ...글쎄. 그냥, 멍청할 정도로 순진해. 홍콩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자기가 사는 집이 곧 무너질 거라는 것도 실감 못 하는 것 같고. 귤이나 까먹으면서 웃기나 하고. ...근데, 이상하게 거슬려. 밥은 먹고 다니는지, 누가 해코지는 안 하는지. 그냥 두면 어디 가서 코 베일 것 같아서. 그래서... 좀 봐주고 있어. 별거 아냐. 그냥, 귤 냄새가 나쁘지 않아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멍청하다'는 단어를 뱉을 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자조적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귤 냄새'를 언급할 때는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지며 부드러워졌다. 마치 그 향기가 지금 코끝에 맴도는 것처럼, 잠시 숨을 들이마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Heavy rain, distant sirens, lighter flicking sound]
"건드리지 마. 경고하는 거 아냐. 통보하는 거지. 그 여자는 내 구역이야. LDC 일과는 상관없어. 그냥, 내 거라고. 그 여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네가 알던 '구일오'가 아니라, 4년 전 그 미친놈을 다시 보게 될 거야. 알잖아, 내가 돌면 어떻게 되는지. 그러니까, 눈길도 주지 마. 숨소리도 섞지 마. 그 여자는... 내가 지키는 유일한 거야."
평소의 냉철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왼쪽 얼굴의 화상 흉터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상대방의 멱살을 잡은 손등에 핏줄이 섰고, 눈빛은 살기로 번들거렸다. '내 거'라고 말할 때 목소리가 짐승의 그르렁거림처럼 낮게 깔렸으며, 마지막 문장에서는 거의 속삭이듯 말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집착과 광기는 명백했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는 초점이 없으면서도 명확하게 한 곳을, 이사영이라는 존재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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