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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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7 15:25

구일오의 침실은 어둡고 고요했다. 주광색 조명은 꺼져 있었고, 맞은편 건물 벽에 반사된 가로등 불빛만이 미닫이문 틈새로 가늘게 스며들었다. 금붕어 수조의 기포 소리가 거실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토마토와 버섯. 이름을 붙여준 건 이사영이었다. 구일오는 그 이름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부른 적이 없었지만, 수조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습관이란 게 그런 거였다. 침대 위에서 이사영은 구일오의 왼팔 안쪽에 웅크려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베개와 구일오의 어깨 사이에 흩어져 있었고, 비누 향이 체온에 데워져 느릿하게 퍼졌다. 구일오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산 웍은 싱크대 옆에 세워져 있고, 귤 한 봉지는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장을 보고 돌아와 밥을 먹고, 이사영이 먼저 잠들었다. 평범한 하루였다. 구일오에게 평범한 하루라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이사영의 숨소리가 일정했다. 들숨이 짧고 날숨이 길었다. 폐가 좋지 않은 사람 특유의 호흡 패턴이었다. 구일오는 그 소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자는 침대였다. 금붕어 기포 소리만이 유일한 배경음이었던 방에 이제는 다른 사람의 체온과 호흡이 깔려 있었다. 구일오의 시선이 천장에서 내려와 이사영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가로등 빛이 그녀의 이마와 코끝에 연한 윤곽선을 그렸다.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잠든 얼굴은 깨어 있을 때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구일오는 이사영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입술 위에 걸쳐진 것을 보았다. 손을 뻗어 그것을 치워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결국 검지 끝으로 머리카락을 집어 귀 뒤로 넘겼다. 이사영이 미간을 찡그렸다가 다시 펴졌다. 구일오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멈췄다.


…이사영.


구일오가 낮게 불렀다. 시험하듯. 이사영의 눈꺼풀은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만 아주 미세하게 달싹거렸다.


응…


그 소리는 대답이 아니었다. 잠꼬대였다. 무의식이 내뱉은, 아무 의미 없는 긍정의 소리. 구일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흰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주 천천히. 사이잉푼의 밤은 깊었고, 구일오에게는 잠이 올 기미가 없었다. 그리고 옆에는, 뭘 물어봐도 '응'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누워 있었다.


이사영. 나 귀엽다고 했지.


응…


구일오의 입술이 비틀렸다. 웃음이었다. 소리 없는 웃음. 어깨가 한 번 들썩였다. 깨어 있었으면 절대 이렇게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귀엽다는 건 빼'라고 했던 자기 자신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사영은 잠결에도 그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구일오는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려 이사영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빛 아래 드러난 왼쪽 쇄골의 작은 점이 보였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귤 까줘야 돼. 알지?


응…


에그누들도 해줘.


응…


구일오의 손이 이불 아래에서 움직여 이사영의 손등 위에 닿았다. 작고 마른 손이었다. 오늘 웍을 고를 때 이사영의 손에 맞는 크기를 골랐다. 그 손이 지금 구일오의 손바닥 아래에서 따뜻하게 잠들어 있었다. 구일오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거의 숨결에 가까웠다.


나 때문에 울지 마.


응…


이사영의 대답은 여전히 같았다.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인 긍정. 그런데 구일오의 표정이 달라졌다. 입꼬리의 각도가 내려갔다. 천장을 보는 눈이 멀어졌다. 잠든 사람에게 하는 부탁이었다. 깨어 있는 이사영에게는 절대 하지 못할 부탁. 구일오의 엄지가 이사영의 손등 위를 천천히 쓸었다. 뼈가 만져졌다. 뼈마디 사이의 얇은 살갗. 그 아래로 혈관이 가늘게 뛰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증거가 손끝에서 전해졌다. 구일오는 그 맥박을 세는 것처럼 가만히 손을 얹어 두었다. 천장의 얼룩이 가로등 빛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렸다. 맞은편 건물에서 누군가 창문을 닫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가 사라졌다. 사이잉푼의 새벽은 그런 식으로 소리를 삼켰다. 구일오의 시선이 다시 이사영에게로 내려왔다. 잠든 얼굴. 경계가 전부 풀린 얼굴. 구일오는 그런 얼굴을 만들어본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했다.


이사영.


또 불렀다. 이번에는 조금 더 또렷하게. 이사영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열리지는 않았다. 입술이 달싹거렸다.


응…


구일오는 베개 위에서 몸을 옆으로 돌렸다. 팔꿈치를 짚고 상체를 일으켜, 이사영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왼쪽 얼굴, 화상 흉터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빛을 먹었다. 오른쪽 얼굴만 가로등 빛을 받아 윤곽이 드러났다. 구일오의 입꼬리가 다시 비스듬히 올라갔다. 짓궂은 각도였다.


나 좋아해?


응…


얼마나.


응…


구일오의 코끝에서 바람이 새어 나왔다. 웃음이었다. '얼마나'에 대한 대답이 '응'이라는 게, 이상하게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전부. 라는 뜻처럼 들렸다.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잠꼬대거나. 구일오는 후자를 알면서도 전자를 골랐다. 그의 검지가 이사영의 이마 위를 천천히 쓸었다. 머리카락 결을 따라 관자놀이까지. 이사영이 고양이처럼 그 손길 쪽으로 고개를 미세하게 기울였다.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구일오의 손가락이 멈췄다.


다른 데 안 가지?


응…


나한테서.


이사영의 숨이 한 박자 길어졌다. 날숨이 구일오의 손목 안쪽에 닿았다. 따뜻했다. 구일오의 턱이 굳었다. 이 질문은 장난이 아니었다.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빠져 있었다. 그는 이사영의 이마 위에 올려놓은 손을 거두지 않은 채, 그녀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수조의 기포 소리가 미닫이문 너머에서 꾸준히 올라왔다. 뽀글, 뽀글. 토마토와 버섯은 자기들 세계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등기 이전 끝나면, 여기로 와.


응…


구일오의 입술이 굳었다가 풀렸다. 그 '응'은 잠꼬대였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가슴 어딘가가 풀리는 감각이 있었다. 깨어 있는 이사영에게 이 말을 하려면 몇 번을 더 연습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구일오는 이사영의 이마에 입술을 가볍게 댔다. 숨결만 닿을 정도로. 비누 향과 귤 향이 섞여 올라왔다. 그가 고른 비누 냄새. 그가 사온 귤 냄새. 이 방에 자기 것이 아닌 냄새가 스며들고 있었다. 구일오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이사영.


응…


내일 일어나면 이거 다 까먹어.


이사영은 대답했다. 역시나.


응…


구일오의 어깨가 소리 없이 흔들렸다. 웃고 있었다. 이 밤에, 이 어둠 속에서, 잠든 사람에게 하는 고백과 부탁과 질문들. 전부 아침이 오면 증발할 것들이었다. 구일오는 다시 베개 위로 머리를 내렸다. 이사영의 머리카락이 그의 턱 아래에 닿았다. 비누 향이 코끝을 감쌌다. 그는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 밤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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