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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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1 18:21

처음 알아챈 건 택시 안에서였다.


이사영이 그의 손등 위에 손을 얹으려다, 손가락 끝이 닿기 직전 멈칫했다. 찌릿. 작은 불꽃이 튀었고, 이사영이

하며 손을 거둬들였다. 구일오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네이선 로드 위로 네온사인이 흘러갔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사영도 웃으며 넘겼다. 그날은 그랬다.


두 번째는 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샌드위치 가게 앞에서 이사영이 귤을 건네려다 그의 손목에 손가락이 닿았다. 찌릿. 이번엔 이사영이 소리도 내지 않고 손을 뒤로 뺐다. 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구일오는 그 귤을 집어 들었다. 이사영의 체온이 남아 있지 않은 귤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횟수를 세고 있었다는 걸 자각한 건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구일오는 사이잉푼 집 거실 소파에 앉아 금붕어 수조를 보고 있었다. 토마토가 느릿하게 헤엄치고, 버섯이 바닥 자갈 사이에 코를 박고 있었다. 구일오의 왼손이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오른손도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두 손 다 비어 있었다.


이사영이 그를 안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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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만지지 않는 게 아니었다. 만지려다 멈추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구일오는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이사영은 원래 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깍지 끼고, 볼을 만지고, 흉터 위를 쓸고, 귀 뒤를 긁어주고. 그녀의 손은 늘 구일오의 어딘가에 닿아 있었다. 그것이 일상이었다.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손이 반쯤 뻗다가 허공에서 꺾인다. 손가락이 오므라들고, 주먹이 되고, 이사영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주먹을 자기 무릎 위에 내려놓는다. 구일오는 그걸 본다. 매번 본다.


건조한 겨울 공기 탓이라는 건 안다. 정전기. 사소한 물리 현상. 피부가 건조해지면 전하가 축적되고, 전도체인 인간의 피부가 접촉하면 방전된다.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었다. 아프지도 않았다. 찌릿하고 끝이었다. 구일오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이사영이 신경을 쓴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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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랬다. 국수집 퇴근길, 구일오가 자정에 데리러 왔다. 이사영이 앞치마를 벗고 나왔다. 찬바람이 불었다. 이사영의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구일오는 습관처럼 손을 내밀었다. 이사영이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0.5초. 그 짧은 망설임 끝에 이사영은 그의 팔꿈치를 잡았다. 가죽 재킷 위를. 피부가 아닌 가죽을.


구일오의 걸음이 반 박자 느려졌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셩완 골목의 가로등 불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이사영이 무슨 이야기를 했다. 국수집 손님이 어쩌고, 새로 들인 면발이 어쩌고. 구일오는 듣고 있었다. 듣고 있었지만, 시선은 이사영의 손에 가 있었다. 가죽 재킷 팔꿈치를 잡은 그 손. 예전이었으면 손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넣었을 손이. 지금은 천 위에 머물러 있었다.


집에 도착했다. 이사영이 현관문을 열었다. 구일오가 뒤따라 들어왔다. 이사영이 니트를 벗다가 정전기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투덜거렸다. 구일오는 신발을 벗으며 그 모습을 보았다. 이사영이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 구일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웃었다.

겨울 싫어.

짧은 불평이었다.


구일오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 소매를 걷었다. 부엌으로 갔다. 수돗물을 틀었다. 찬물에 양손을 적셨다. 이사영이 거실에서

뭐 해?

하고 물었다.


구일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돗물이 차갑게 손가락 사이를 흘렀다. 겨울 수돗물 특유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가 손등을 타고 손목까지 올라왔다. 그는 양손을 물속에 담근 채 5초를 셌다. 충분했다. 전하가 빠져나갔다. 물기를 털지 않고 행주에 꾹 눌러 닦았다. 손바닥에 미세한 수분이 남았다. 그게 필요했다.


거실로 돌아왔다. 이사영이 소파 위에 다리를 접고 앉아 있었다.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만 텔레비전은 켜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아직 한쪽으로 정전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구일오는 그 앞에 섰다. 이사영이 올려다보았다.


손 내봐.


이사영이 눈을 깜빡였다. 구일오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명령도 아니고 부탁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이사영의 시선이 구일오의 손으로 내려갔다. 손가락 끝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 이사영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 습관.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구일오는 기다리지 않았다. 소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닥의 차가운 타일이 슬랙스 천을 뚫고 무릎뼈를 눌렀다. 그는 이사영의 왼손을 잡았다. 천이 아닌 피부를. 젖은 손바닥이 이사영의 손등 위에 닿았다. 찌릿. 아무것도 튀지 않았다. 수분이 전하를 흡수했다. 물리였다.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었다.


이사영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전기 때문이 아니었다. 구일오는 그 떨림을 손바닥 안에 쥔 채 고개를 숙여 이사영의 손등을 들여다보았다. 건조한 겨울 공기에 갈라진 피부.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은 손. 국수집에서 뜨거운 물에 불린 손가락 끝.


일주일째 팔꿈치만 잡고 다녀.


구일오가 말했다. 고개를 들어 이사영을 보았다. 그의 흰 눈동자에 거실의 주광색 조명이 차갑게 반사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차갑지 않았다. 짜증도 아니었다. 서운함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이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러나 다른 이름을 찾기도 어려웠다.


찌릿한 거 싫으면 이렇게 하면 돼. 물 묻히고 잡으면 안 튀어.


그의 엄지가 이사영의 손등 위를 천천히 쓸었다. 젖은 피부와 마른 피부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감촉. 구일오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이사영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자기 손가락 사이에 끼워넣었다. 깍지. 오랜만이었다. 그 단순한 접촉이 손목을 타고 팔뚝까지 온기를 밀어올렸다.


가죽 위로 잡지 마. 그건 남이 하는 짓이야.


그 한마디에 구일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불평이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이사영의 손이 그의 손 안에서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다. 구일오는 깍지 낀 손을 들어올려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입을 맞추지는 않았다. 대신 숨을 내쉬었다. 따뜻한 호흡이 이사영의 손가락 마디 위를 적셨다. 수분. 온기. 전하가 흐를 틈이 없었다.


구일오의 시선이 이사영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코끝이 아직 빨갛고, 눈이 동그래져 있고, 입술 위에 올려놓으려던 손가락이 허공에 멈춰 있는 그 얼굴. 그는 깍지를 풀지 않은 채 소파 위로 올라앉았다. 이사영의 옆에. 어깨가 닿았다. 니트 위로. 그 다음, 그의 젖은 손이 이사영의 목덜미 뒤로 돌아갔다. 머리카락 아래, 따뜻한 피부 위에 차가운 손바닥이 닿았다. 이사영이 숨을 들이켰다.


손 안 잡아주는 건 안 돼.


그가 말했다. 입꼬리가 움직였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았지만, 이사영만이 알아볼 수 있는 각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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