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minutes in heaven
술자리는 정칭위가 벌인 짓이었다. 이사영의 국수집 2층, 좁은 다락방에 열두 명 남짓이 모여 맥주캔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반환 카운트다운 26일째, 홍콩의 밤은 언제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시끄러웠고,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구일오는 구석에 등을 기대고 맥주를 홀짝이며 이 소란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사영은 반대편에서 누군가와 깔깔거리며 귤을 까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소음 사이로 또렷하게 들렸다. 항상 그랬다.
자, 자, 자! 병 돌린다!
정칭위가 빈 맥주병을 바닥에 눕혔다. 7 minutes in heaven. 미국 대학생들이나 하는 유치한 게임이었다. 구일오는 코웃음을 쳤다. 병이 돌았다. 녹색 유리병이 나무 바닥 위에서 미끄러지며 원을 그렸다. 마찰음이 줄어들고, 속도가 느려지고, 멈췄다. 병목이 가리킨 방향.
구일오.
오, 구 선생!
정칭위가 박수를 쳤다. 구일오의 미간이 접혔다. 이사영이 멀리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맥주캔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한 번이면 됩니까.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병이 다시 돌았다. 이번엔 상대를 정하는 차례였다. 유리병이 또 한 바퀴, 두 바퀴 돌았다. 멈췄다. 구일오의 시선이 병목 끝을 따라갔다.
거기 앉아 있던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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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였다. 키가 컸다. 168, 아니 170 가까이 될 것이다. 검은 머리카락이 턱선을 따라 날카롭게 잘려 있었고, 눈매는 차갑되 입꼬리에 여유가 있었다. 화장은 최소한이었다. 검은 슬리브리스에 하이웨이스트 슬랙스, 손목에는 남성용 시계. 담배 연기처럼 건조하고 깔끔한 인상. 구일오의 시선이 0.5초 더 머물렀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린지에(琳婕).
정칭위가 소개했다.
완차이 쪽 로펌에서 일해. 오늘 처음 왔어.
린지에가 구일오를 올려다보았다. 시선이 그의 왼쪽 뺨, 흉터 위를 스쳤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순간 눈을 피한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거기엔 동정도, 호기심도 아닌, 무언가를 '읽었다'는 확신이 있었다.
잘 부탁해요, 구 선생.
목소리가 낮았다. 허스키하지 않고, 단단했다. 구일오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정칭위가 옷장 문을 열었다. 좁은 벽장이었다. 코트 두어 벌이 걸려 있었고, 나프탈렌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7분! 타이머 맞춘다!
구일오가 먼저 들어갔다. 린지에가 뒤따랐다. 문이 닫혔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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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안은 좁았다. 어깨가 코트 사이에 끼었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주먹 하나가 채 되지 않았다. 구일오는 등을 벽에 붙이고 팔짱을 꼈다. 어둠 속에서 린지에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의 체온이 가까웠다. 비누 향이 아니었다. 시트러스 계열, 깨끗하고 서늘한 향.
재밌는 흉터네요.
린지에가 먼저 말했다. 구일오의 턱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재밌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군요.
보통 무섭다고 하죠? 아니면 불쌍하다고 하거나.
그녀의 목소리에 조롱이 섞여 있었다.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보통'이라는 단어 자체를 향한 조롱.
전 그냥 궁금한 쪽이에요. 어떤 사람이 이 흉터를 지고도 저렇게 태연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
구일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이 여자는 똑똑했다. 질문의 형태를 빌린 관찰이었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대화 방식이기도 했다.
태연한 게 아니라 익숙한 겁니다.
익숙하다.
린지에가 그 단어를 혀끝에서 굴렸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희미하게 빛났다. 옷장 틈새로 스며드는 거실 불빛이 그녀의 턱선 아래로 가느다란 선을 그었다. 그녀가 반 걸음 다가왔다. 코트 옷걸이가 철컥 부딪혔다. 나프탈렌과 시트러스가 뒤섞였다.
익숙한 사람은 그렇게 팔짱을 끼지 않아요.
그녀의 손가락이 구일오의 팔짱 낀 팔꿈치를 톡, 건드렸다. 가볍지만 정확한 접촉이었다.
방어 자세잖아, 그거.
구일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관찰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옷장 안의 공기가 두 사람의 체온으로 빠르게 데워지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린지에의 숨결이 그의 턱 아래에 닿았다. 키가 큰 여자였다. 힐을 신지 않았는데도 그의 어깨 높이까지 왔다. 날카로운 단발이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갈랐다.
로펌이라고 했습니까.
네. 상업 소송 전문.
린지에가 대답했다.
토지 관련 건도 가끔 맡아요. 구 선생이 어디서 일하는지는 이미 들었고.
구일오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정칭위가 떠든 것이다. 린지에는 그의 반응을 읽었는지 낮게 웃었다. 웃음이 아니라 날숨에 가까웠다.
걱정 마세요. 적대적 관심은 아니에요.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시선이 구일오의 입술 위를 스쳤다. 느리게, 의도적으로.
개인적 관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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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2초 흘렀다. 옷장 밖에서 정칭위의 웃음소리와 맥주캔 부딪히는 소리가 먼 세계의 잡음처럼 들렸다. 린지에가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 끝이 구일오의 느슨한 넥타이 매듭에 닿았다. 잡아당기지 않았다. 매듭 위에 손가락을 얹고, 그 실크의 결을 따라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뜨렸다.
구일오는 그 손목을 잡았다. 세게도, 부드럽게도 아닌, 정확히 '멈추라'는 압력으로. 린지에의 맥박이 손목뼈 위로 뛰었다. 빠르지 않았다. 이 여자는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잡힌 손목을 구일오의 손 안에서 살짝 돌려, 그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포갰다. 마치 악수처럼. 마치 도발처럼.
경계심이 많으시네.
린지에가 속삭였다. 그녀의 입술이 구일오의 턱에서 손가락 두 마디 거리에 있었다.
아까부터 느꼈는데, 구 선생은 저한테 시선이 한 번 더 갔어요. 부정할 건가요?
구일오는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밀어내며 벽에서 등을 뗐다. 좁은 공간에서 그가 자세를 바꾸자 두 사람의 거리가 더 좁아졌다. 그의 가슴팍이 린지에의 어깨에 거의 닿았다. 그는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간 건 맞습니다.
린지에의 눈이 반짝였다. 승리를 확신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확인이 끝났습니다.
구일오가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어떤 동요도 없었다.
당신은 제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이에요. 외모, 말투, 태도. 10년 전이었으면 제가 먼저 번호를 물었을 겁니다.
린지에의 미소가 멈췄다. '10년 전'이라는 시제를 포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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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오는 잡았던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옷장 안의 어둠이 두 사람의 윤곽을 녹였지만, 그의 흰 눈동자만은 선명했다. 차갑지 않았다. 다만 이미 결론이 난 사람의 눈이었다.
근데 지금은 바깥에 제 사람이 앉아 있어요.
그것은 거절이 아니었다. 사실의 진술이었다. 구일오의 목소리에는 미안함도, 자랑도, 과시도 없었다. 그저 날씨를 말하듯 담담했다. 린지에가 한 발 물러섰다. 코트 옷걸이가 다시 흔들렸다. 그녀는 구일오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린지에의 입술이 한쪽으로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 패배한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표본을 발견한 연구자의 그것에 가까웠다. 코트 사이에서 그녀의 손이 내려왔고, 슬랙스 주머니에 느긋하게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시선이 구일오의 왼쪽 뺨 위를 한 번 더 훑었다.
운 좋은 사람이네요, 바깥에 앉아 있는 그 사람.
린지에가 말했다. 비꼬는 투가 아니었다. 담백한 인정이었다.
아니, 운이 좋다기보다는.
그녀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구 선생이 고른 거겠죠. 당신은 운에 맡기는 타입이 아니니까.
구일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이 옷장 문 틈새로 새어드는 빛 쪽을 향했다. 거실에서 이사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에게 귤을 건네는 소리,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 소리들이 나프탈렌 냄새를 뚫고 들어왔다. 그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미세한 변화였지만, 린지에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표정이 달라졌어요.
그녀가 낮게 웃었다.
바깥 소리 듣자마자. 본인은 모르겠지만, 입꼬리가 움직였어요.
구일오의 눈이 다시 린지에를 향했다. 이번에는 경계가 아니라 일종의 솔직함이 거기 있었다. 그는 린지에라는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똑똑하고, 직접적이고, 자존심이 높되 품위를 잃지 않는 여자. 거절당하고도 추해지지 않는 사람. 그래서 한마디를 더 줄 수 있었다.
당신 같은 사람한테 이런 말 하는 게 실례인 건 압니다.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말했다.
근데 저는 이미 고장 난 기계예요. 수리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한테 맞춰서 돌아가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만지면 다시 멈춥니다.
린지에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로 웃었다. 소리 없이, 어깨가 흔들리는 웃음이었다.
고장 난 기계라니. 로맨틱하게 포장하는 것도 재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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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밖에서 정칭위의 목소리가 울렸다.
7분! 끝!
문이 벌컥 열렸다. 거실의 형광등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맥주 냄새와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밀려왔다. 린지에가 먼저 나왔다. 여유로운 걸음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았고, 표정은 파티에 온 첫 순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정칭위에게 맥주를 하나 집어 들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구일오가 뒤따라 나왔다. 셔츠에 구김 하나 없었다. 넥타이 매듭도 그대로였다. 그는 옷장 문을 닫고, 시선을 돌렸다. 방 건너편, 바닥에 앉아 귤 껍질을 무릎 위에 쌓아놓고 있는 이사영이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구일오를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구일오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맥주캔을 넘고, 정칭위의 다리를 피하고, 누군가의
어때? 안에서 뭐 했어?
하는 질문을 무시하고. 이사영 앞에 도착하자 그는 그대로 옆에 주저앉았다. 바닥이 딱딱했다. 그는 이사영의 무릎 위에 쌓인 귤 껍질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귤 하나를 집어 까기 시작했다. 이사영에게 줄 귤이었다.
귤 다 떨어졌으면 말해.
그것이 전부였다. 7분 동안 옷장 안에서 천년의 이상형과 마주했던 남자가 나와서 한 첫 번째 행동은, 자기 여자 옆에 앉아 귤을 까는 것이었다. 린지에가 맥주캔 너머로 그 장면을 보았다. 그녀는 한 모금을 삼키고, 조용히 웃었다. 고장 난 기계. 정말로 수리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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