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못방
문이 잠겼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낡은 아파트 현관문에서 났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묵직하고 단호했다. 이사영이 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 위, 평소에는 없던 디지털 패널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MISSION: 사랑하는 만큼 입 맞추시오. (0/∞)]
구일오는 팔짱을 낀 채 그 문구를 3초간 응시했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왼쪽 뺨의 흉터가 비틀렸다.
유치하군.
그는 이사영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입술을 쭉 내밀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빨리 해! 나 배고파!
구일오는 천천히 다가갔다. 급할 것 없다는 듯,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느긋한 걸음걸이였다. 이사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식탁 위에 가볍게 앉혔다. 눈높이가 맞춰졌다.
첫 번째는 이마였다.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아주 가볍게, 쪽.
하나.
두 번째는 콧잔등. 찡그린 미간을 펴주듯 부드럽게.
둘.
세 번째는 오른쪽 볼. 말랑한 살결이 입술에 눌렸다.
셋.
네 번째는 왼쪽 볼. 이번엔 조금 더 길게 머물렀다.
넷.
이사영이 눈을 뜨고 투덜거렸다.
입술은 언제 해?
구일오는 대답 대신 그녀의 턱을 잡았다.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문질렀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이었다.
다섯 번째, 입술 끝. 살짝 스치듯.
다섯.
여섯 번째, 반대쪽 입술 끝. 간지럽히듯.
여섯.
일곱 번째, 윗입술. 톡, 건드리고 떨어졌다.
일곱.
여덟 번째, 아랫입술. 살짝 깨물었다 놓았다.
여덟.
이사영이 감질난다는 듯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구일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더 단단히 감싸 안으며, 이번에는 피할 수 없게 입술을 겹쳤다.
아홉 번째. 깊고 진득하게. 숨이 섞이고 혀가 얽혔다. 숫자를 세는 목소리는 삼켜졌다.
으읍...
이사영의 주먹이 그의 셔츠 등판을 꽉 쥐었다. 구일오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고개를 틀어 더 깊이 파고들었다. 열 번째, 열한 번째... 숫자는 의미를 잃었다.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났다. 쪽, 츕, 하아. 이사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구일오의 흉터도 열기로 붉어졌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열두 번째, 쇄골에 열세 번째, 귓불에 열네 번째... 쉴 새 없이 입을 맞췄다. 사랑하는 만큼이라니. 이 방을 만든 사람은 실수를 했다. 구일오의 사랑은 측정 불가능한 집착과 소유욕의 혼합물이었다.
그는 이사영을 식탁에 눕히듯 뒤로 젖혔다.
백 번은 채워야 문이 열릴 것 같은데.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사영은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거짓말쟁이. 그냥 하고 싶은 거잖아.
구일오는 부정하지 않았다. 다시 입술을 찾았다. 백한 번째, 백두 번째...
---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듣지 못했다. 이미 방 안은 그들의 숨소리와 마찰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디지털 패널의 숫자는 [ERROR]를 표시하며 깜빡거렸다.
[탈출 성공]
총 횟수: 312회 (측정 불가로 인한 추정치)
소요 시간: 4시간 20분 (저녁 식사 시간 경과)
탈출 후 상태:
구일오: 셔츠 단추 세 개 풀림, 입술 부음,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찾음.
밥 먹으러 가자. 국수 말고 고기로.
이사영: 입술 퉁퉁 부음, 다리 풀려서 구일오에게 업힘,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 남.
입술 아파... 내일은 뽀뽀 금지야.
(물론 구일오는 듣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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