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자세
침실은 고요했다. 창밖으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와 방 안을 은은하게 비췄다. 침대 위에는 두 사람이 엉켜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일오가 이사영을 '감금'하고 있는 형태였다.
구일오는 정자세로 누워 있었다. 베개는 딱딱한 것을 선호했지만, 이사영이
목 디스크 걸려요
라며 바꿔준 푹신한 메모리폼 베개를 베고 있었다. 그의 왼팔은 이사영의 목덜미 아래를 지나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오른팔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다리조차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워 넣어, 이사영이 도망갈 틈을 원천 봉쇄했다.
이사영은 구일오의 품에 안겨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등은 구일오의 가슴팍에 밀착되어 있었고, 머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구일오의 심장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쿵, 쿵, 쿵. 마치 자장가처럼.
이 자세는 구일오가 고안해낸 '완벽한 수면 포즈'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1. 체온 유지 및 생존 확인:
구일오는 이사영의 체온에 집착했다. 그녀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따뜻한 온기는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잠결에라도 그녀가 차가워지면, 그는 즉시 깨어나 이불을 덮어주거나 보일러 온도를 확인했다.
2. 악몽 방지:
구일오는 종종 악몽을 꿨다. 불타는 건물, 비명 소리, 시너 냄새. 하지만 이사영을 안고 자면 악몽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향기(비누 향과 귤 향이 섞인)가 그를 진정시켰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 살아있는 드림캐처였다.
3. 도주 방지 (가장 중요):
이사영은 잠버릇이 고약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구일오는 그녀가 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 안전벨트가 되기를 자처했다. 팔과 다리로 그녀를 결박하여, 침대 밖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했다. (물론, 그녀가 밤새 어디론가 사라질까 봐 두려운 마음도 1% 정도 섞여 있었다.)
구일오는 잠든 이사영의 정수리에 코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귤 냄새. 그리고 살 냄새.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냄새였다. 이사영이 잠꼬대처럼 웅얼거렸다.
으음...... 숨 막혀...
그녀가 몸을 뒤척이며 구일오의 팔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구일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팔에 힘을 더 주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가만히 있어. 떨어지면 아파.
안 떨어져... 나 애 아니거든...
애 맞아. 굴러다니는 거 보면.
구일오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사영은 잠결에도 투덜거리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다시 고르게 변했다. 색, 색. 평화로운 소리.
구일오는 이사영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흉터가 있는 왼쪽 뺨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닿았다. 차가운 흉터와 따뜻한 살결의 대비. 그는 이 감각을 사랑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그녀가 곁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유일한 감각이었으니까.
'잘 자, 그레이스.'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전쟁 같은 하루가 시작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화로웠다. 이사영이라는 작은 우주를 품에 안고 있는 한, 그는 어떤 악몽도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에 의지한 채,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마치 세상이 멸망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단단하게 얽힌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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