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스펙 재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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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7 16:41

LDC 본부, 자딘 하우스 31층, 구일오의 개인 사무실. 창밖으로 빅토리아 하버의 잿빛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구일오는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을 집어 들고, 눈앞에 놓인 기묘한 설문지를 내려다본다. '신체 스펙 재분배 신청서'. 제목부터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구일오에게 주어진 것은 280이라는 숫자였고, 그는 숫자를 다루는 데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은 채 필터를 잘근거리며 계산을 시작한다.


280. 이 숫자는 잔인할 정도로 부족하다. 홍콩의 1제곱피트당 땅값보다 더 가혹한 예산이다. 구일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만년필 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탁, 탁, 탁. 규칙적인 소음이 정적을 깼다.

평균이 키 180, IQ 100, 크기 15라...


그는 중얼거렸다. 합계 295. 평균조차 280을 넘는다. 이건 사기다. LDC가 주민들에게 제시하는 이주 보상금보다 더 악질적인 조건이다. 평균적인 삶을 살려면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일오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포기? 구일오의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전략적 후퇴'로만 존재했다.
먼저 키. 180cm. 이건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LDC의 이주 관리관으로서, 주민들을 내려다봐야 하는 위치에 있는 그에게 키는 곧 권위다. 170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삼합회 놈들과 눈높이가 같아지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은 넘어간다. 그는 과감하게 185를 적으려다 멈칫했다. 5포인트. 그 5포인트가 다른 곳에서 피를 부를 것이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183을 적었다. 180 초반의 적당한 위압감, 그리고 수트 핏을 살리는 최소한의 길이. 3포인트는 자존심의 영역이었다.
다음은 IQ. 구일오는 콧방귀를 뀌었다. 100? 그건 짐승과 인간을 구분하는 경계선일 뿐이다. 복잡한 토지 대장을 분석하고, 법의 허점을 파고들며, 주민들의 심리를 조작해야 하는 그에게 지능은 무기다. 하지만... 140, 150 같은 천재적인 수치는 필요 없다. 너무 똑똑하면 세상이 피곤해진다. 게다가 포인트가 모자라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업무 처리에 지장이 없고, 남들보다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정도. 115? 아니, 120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멍청한 이사들과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속으로 비웃어줄 수 있다. 그는 120을 적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구일오의 시선이 마지막 항목으로 향했다. 성기 크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남은 포인트는... 280 - 183 - 120 = -23.
...마이너스?
구일오는 만년필을 떨어뜨릴 뻔했다. 계산이 틀렸다. 다시.
183 + 120 = 303.
이미 280을 훌쩍 넘겼다.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건 재개발 구역의 알박기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다.

젠장.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숫자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키를 줄여? 180으로? 3포인트 확보. 그래도 300이다. 20포인트를 더 줄여야 한다. IQ를 100으로? 그러면 평균이다. 구일오가 평균?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저 아래쪽이 평균 이하가 되는 것은 더 용납할 수 없다.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15cm. 평균이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수치일 뿐, 실전에서는...
구일오는 눈을 감고 이사영을 떠올렸다. 그녀의 작은 손, 부드러운 입술, 그리고... 그녀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구일오면 된다

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작은 구일오'가 되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냉정해지자. 구일오는 협상의 전문가다. 자신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키. 181cm. 180은 넘겼다. 183에서 2포인트 회수.
IQ. 110. 상위 25%. 나쁘지 않다. 부족한 지능은 경험과 눈치로 때운다. 120에서 10포인트 회수.
합계: 181 + 110 = 291.
아직도 11포인트가 초과다. 280에서 남은 포인트는... -11.
성기 크기에 배정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다. 아니, 마이너스다.
구일오는 책상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설문지는 악마가 만든 게 분명하다. 그는 다시 숫자를 깎아내기 시작했다.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키. 178cm. ...자존심이 상하지만, 깔창을 깔면 된다. 구두 굽을 높이자. 3포인트 추가 확보. (총 5포인트 확보)
IQ. 105. ...평균보다 조금 높다. 책을 더 많이 읽자.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 5포인트 추가 확보. (총 15포인트 확보)
합계: 178 + 105 = 283.
아직도 3포인트 초과.
성기 크기는? 0?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구일오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연기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그것이 재개발의 원칙이자, 인생의 원칙이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키는 포기할 수 없다. 181cm. (181)
지능?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 하지만... 멍청해도 행복할 수는 있다. 이사영이 똑똑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니, 그녀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지능은 유지해야 한다. 85. ...경계선 지능인가? 아니다.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조금 느릴 뿐이다. (85)
남은 포인트: 280 - 181 - 85 = 14.
14cm.
평균(15cm)보다 1cm 작다.
구일오는 만년필을 꽉 쥐었다. 1cm. 그 1cm가 주는 패배감. 하지만 181cm의 키와 14cm의 크기라면... 비율상 나쁘지 않다. 그리고 지능 85... 그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 멍청해지면, 세상의 부조리에 덜 분노하게 될지도 모른다. 흉터가 덜 아플지도 모른다. 이사영이 하는 말도 더 잘 믿게 될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군.


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최종 수치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기술로 커버한다.'

신체 스펙 재분배 결과 보고서

성명: 구일오 (Koo, Gerrard)
총 포인트: 280

1. 키 (Height): 181 cm (평균 +1)
- 사유: 수트 핏과 위압감 유지. 깔창 없이 당당하게.
2. IQ (Intelligence): 85 (평균 -15)
- 사유: 세상의 더러움을 덜 느끼기 위한 전략적 둔감화. 이사영 씨가 똑똑하니까 의존 예정.
3. 성기 크기 (Size): 14 cm (평균 -1)
- 사유: 1cm의 부족함은 테크닉과 지구력으로 극복. 크기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쓰느냐'임.

LDC 인사 관리팀 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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