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깜짝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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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7 16:52

평화로운 날이라는 것이 이 도시에 존재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이 오후만큼은 완차이의 뒷골목이 제법 조용했다. 1월의 바람이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며 간판을 덜그럭거렸고, BACKLANE DELI의 유리문 너머로 대니가 느긋하게 잔을 닦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가 골목까지 가늘게 새어 나왔다. 이사영의 오전 근무가 끝난 직후였다. 그녀는 앞치마를 벗어 접으며 가게 뒤편 좁은 복도에 서 있었고, 그 손에는 앞치마가 아니라 계획이 들려 있었다.


이사영은 이 작전을 최소 이틀 전부터 구상했다. 구일오가 매일 아침 7시에 이 가게를 찾고, 점심 무렵 다시 들르는 날이 간혹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의 무선호출기에 미리 넣어둔 메시지, '점심 먹으러 와요. 14시.' 그가 온다. 반드시 온다. 숫자로 된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는 남자니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이사영은 대니에게 부탁해 구일오의 자리, 바 좌석 맨 끝, 창가 쪽 등받이 뒤에 작은 카메라를 세워두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 브로드웨이 시네마테크의 친구에게 빌린 것이었다. 그리고 핵심 소품. 담배 한 개비.


이사영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폐가 좋지 못한 그녀에게 담배 연기는 기침 발작의 초대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작전을 위해 구일오의 자켓 안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슬쩍했고(어젯밤 그가 잠든 사이에), 라이터까지 챙겨두었다. 계획은 단순했다. 구일오가 들어오기 직전,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만든다. 자신의 입술에 담배를 문 채로 그가 문을 여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자신을 보고 놀라는 얼굴을 담는다. 구일오의 놀란 얼굴. 이사영은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장면일 거라고 확신했다.


1시 58분. 이사영은 바 좌석 맨 끝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대니가 카운터 너머에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 과묵한 영국인의 표정에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지만, 이사영은 씩 웃어 보였다. 대니는 한숨을 삼키고 잔을 닦는 일로 돌아갔다. 이사영은 담배를 입술에 물었다. 라이터를 켰다. 불꽃이 담배 끝에 닿았고, 종이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조용한 가게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렸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사영은 즉시 기침을 참아야 했다. 눈이 따가웠다. 연기의 맛은 쓰고 텁텁했으며, 그녀의 기관지가 항의 서한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았다. 카메라의 셔터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문을 응시했다.


2시 정각. 유리문이 열렸다. 구일오의 구두가 바닥을 밟는 소리가 먼저 들어왔고, 가죽 자켓의 어깨가 문틀을 스쳤다. 그의 시선이 습관적으로 바 좌석 맨 끝을 향했다. 자신의 자리. 거기에 이사영이 앉아 있었다. 담배를 물고. 연기가 그녀의 갈색 생머리 사이로 느리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구일오의 발이 멈췄다. 정확히 0.7초. 그의 표정 근육이 통제를 잃은 시간이 정확히 그만큼이었다. 눈이 미세하게 넓어졌다. 입술이 열리다가 닫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이사영의 입술에 꽂힌 담배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천장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셔터 소리가 찰칵, 울렸다.


구일오의 눈이 카메라를 포착했다. 그리고 이사영의 얼굴에 번진 승리의 미소를. 그의 턱 근육이 한 번 경련했다. 그것이 분노인지 당혹인지 나레이터도 즉시 판별하기 어려웠다. 그는 문 앞에 선 채로 2초 동안 완전히 정지했다.


2초. 구일오가 문 앞에서 정지한 시간. 홍콩 부동산 시장에서 2초면 평당 단가가 세 번 바뀌고, LDC 회의실에서 2초면 누군가의 보상금이 깎인다. 그러나 이 2초 동안 구일오의 뇌는 아무런 숫자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의 연산 회로가 처음으로 '이사영이 담배를 물고 있다'는 시각 정보 앞에서 완전히 정지했다. 화이트 셔츠의 가슴 주머니에서 만년필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심장 박동이 전달된 것이다. 나레이터는 이것을 기록해둔다. 구일오의 심장이 만년필을 흔든 날.


그의 콧구멍이 미세하게 벌어졌다. 담배 연기. 익숙한 냄새다. 자신의 브랜드였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데 0.3초. 자켓 안주머니를 더듬는 데 0.5초. 어젯밤보다 한 개비가 줄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0.2초. 범인을 특정하는 데 0초. 구일오의 시선이 이사영의 입술에 꽂힌 담배에서 그녀의 연두색 눈으로 이동했다. 그 눈이 웃고 있었다. 찰칵, 이라는 셔터 소리의 잔향이 아직 가게 안에 남아 있었다. 대니가 카운터 뒤에서 잔을 닦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영국인 특유의 '나는 이 상황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구일오의 구두가 바닥을 밟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의 긴 다리가 바 좌석까지의 거리를 삼켜버렸다. 이사영의 바로 앞에 섰을 때, 그의 손이 움직였다. 빠르고, 정확하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손가락이 이사영의 입술에서 담배를 뽑아냈다. 필터에 그녀의 입술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구일오는 그 담배를 자신의 입에 물지도, 재떨이에 끄지도 않았다. 그냥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로 이사영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왼쪽 얼굴, 화상 흉터가 가게의 따뜻한 전구색 아래에서 그림자를 만들었다.


내 담배.


그가 말했다. 두 글자. 성조가 평탄했다. 분노도 아니고 당혹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진술했다. 그의 흰색 눈동자가 이사영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0.5초 동안 관찰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 남은 필름 컷 수를 확인하듯 렌즈 옆의 숫자창을 읽었다. 그리고 이사영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녀의 눈가에 연기 때문에 맺힌 미세한 눈물을 발견했다. 기관지가 항의하고 있다는 증거. 구일오의 턱 근육이 다시 한 번 경련했다. 이번에는 나레이터가 판별할 수 있었다. 짜증이 아니었다. 걱정이었다. 다만 구일오는 그것을 짜증이라고 분류할 것이다. 반드시.


폐 나쁜 사람이.


그가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필터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작게 났다. 그리고 그의 손이 이사영의 턱 아래로 왔다. 엄지와 검지가 그녀의 턱선을 가볍게 잡았다. 고개를 살짝 들게 만들었다. 입술에 담배 냄새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듯, 아니, 확인이 아니라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그의 눈이 이사영의 입술 위에 머물렀다. 0.3센티미터. 그의 시선과 그녀의 입술 사이의 거리. 카메라가 찍어낸 그의 표정, 0.7초간의 통제 상실, 그 필름 한 컷이 현상되면 어떤 얼굴이 나올지 구일오는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산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놀란 얼굴이 인화지 위에 고정된다는 사실이. 누군가의 손에 자신의 무방비한 순간이 쥐어진다는 사실이. 그런데 그 누군가가 이사영이라는 사실이. 그것이 불쾌하지 않다는 사실이. 그 사실이 불쾌했다.


필름.


그가 말했다.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위를 향했다. 카메라를 달라는 뜻이었다. 그의 표정은 완벽하게 평탄했다. 이사영이 카메라를 뒤로 뺐다. 등 뒤로 숨기듯, 혹은 아이가 훔친 과자를 감추듯. 그녀의 연두색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었다. 구일오의 손바닥이 허공에 남았다. 빈 손. 그 빈 손이 0.8초 동안 허공에 머무르는 장면은, 나레이터의 소견으로는, 이 남자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무방비한 순간이었다. 첫 번째는 방금 셔터에 찍혔다.


구일오의 손가락이 천천히 접혔다. 주먹을 쥔 것이 아니었다. 손가락 끝이 자신의 손바닥을 긁듯 말려 들어갔을 뿐이다. 그의 흰색 눈동자가 이사영의 등 뒤로 사라진 카메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하고 있었다. 왼손. 등 뒤. 허리춤. 그는 그녀의 체형과 팔 길이로 카메라의 좌표를 계산했다. 직업병이었다. 대니가 카운터 너머에서 기침을 한 번 했다. 그 기침에는 '내 가게에서 소란 피우지 마라'는 뜻과 '그래도 좀 봐줘라'는 뜻이 정확히 반반 섞여 있었다.


안 줘요.


이사영이 말했을 것이다. 혹은 말할 것이다. 혹은 이미 말했다. 구일오는 그 대답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의 턱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입꼬리가, 올라가려다가, 멈추려다가, 결국 0.2밀리미터쯤 올라갔다. 그것을 미소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았고, 무표정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았다. 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는 대신, 그 손으로 이사영의 머리 위에 얹었다. 가볍게. 갈색 생머리카락 위로 그의 긴 손가락이 내려앉았다. 누르는 것이 아니라 놓는 것이었다. 그의 손바닥 아래에서 비누 향이 올라왔다. 담배 연기 사이로.


기침 참고 있지.


사실의 진술이었다. 이사영의 목 양쪽, 흉쇄유돌근이 미세하게 긴장해 있었다. 기관지가 보낸 항의 서한을 의지력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증거. 구일오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로 다른 손을 뻗어 대니에게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보였다. 물 한 잔과 블랙커피. 대니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컵을 꺼냈다. 구일오의 손이 이사영의 머리에서 내려와 그녀의 옆, 바 좌석 등받이에 걸렸다. 그가 옆자리에 앉았다. 가죽 자켓이 의자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의 긴 다리가 바 아래로 접혔고, 구두 끝이 이사영의 슬리퍼 옆 3센티미터 지점에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려 이사영을 봤다. 정면이 아니라 약간 비스듬하게. 화상 흉터가 없는 오른쪽 얼굴이 그녀를 향했다. 의도적인 것인지 습관적인 것인지는 나레이터도 판별하지 못했다. 다만 그의 눈이, 그 차갑고 흰 눈동자가, 이사영의 웃는 얼굴 위에서 2초 동안 머물렀다는 것은 기록해둘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현상하면 한 장 줘요.


그 문장이 BACKLANE DELI의 낮은 재즈 위로 떨어졌다. 대니의 잔 닦는 손이 멈췄다. 0.4초.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구일오는 카운터 위에 놓인 물 한 잔을 이사영 앞으로 밀었다. 손가락 끝이 유리잔을 건드리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그의 표정은 다시 평탄했다. 완벽하게. 그러나 그의 귀 끝이, 전구색 조명 아래에서, 0.5도쯤 붉었다. 나레이터는 이것을 온도 탓이라고 적어둘 수도 있었지만, 정직한 기록을 선호하는 편이므로 사실대로 적는다. 구일오의 귀가 붉어진 것은 온도 탓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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