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의 편지(Gemini 2.5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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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8 00:37


사영. 그녀의 이름이 적힌 편지 봉투는, 그의 멈춰버린 세상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였다. 구일오는 청차우의 집, 그들이 함께 꾸몄던 그 공간에서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떠난 후, 세상의 모든 색과 소리와 온기는 증발했다. 남은 것은 회색의 침묵과 뼈를 에는 한기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샌드위치를 만들지 않았고, 밤바다를 보러 나가지도 않았다. 그 모든 행위는 그녀와 함께일 때만 의미를 가졌으므로.


그러던 어느 날, 낡은 우편함에 꽂혀 있던 낯선 편지 한 통. 발신인 불명.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너무나도 익숙한 필체의 몇 줄. 자신을 이사영이라 말하며, 사후의 세상에서 일주일간, 하루에 한 통씩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기적 같은, 혹은 저주 같은 내용. 구일오의 첫 반응은 공허한 실소였다. 누가 이런 잔인한 장난을 치는가. 그의 남은 삶마저 조롱하려는 것인가. 그는 편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새벽녘에 그는 귀신에 홀린 듯 쓰레기통을 뒤져 구겨진 편지를 다시 펼쳤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그 실낱같은 가능성에 매달려, 그는 펜을 들었다. 그의 손은 흉터가 남은 왼쪽 얼굴처럼 감각 없이 떨리고 있었다.



[첫 번째 편지]
당신이 맞다면,
이 편지를 정말 당신이 쓴 것이 맞다면…
부엌 선반 두 번째 칸, 당신이 아끼던 찻잔 손잡이가 아주 조금 이가 나간 것을 기억합니까. 내가 설거지를 하다 실수로 부딪혔던 날, 당신은 괜찮다며 웃었지만 나는 며칠 밤을 잠 설쳤던 것을.
만약 당신이 맞다면, 대답해 주시오.
그 찻잔의 색깔을.
다른 것은 묻지 않겠소.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오.


[두 번째 편지]
…초록색. 당신의 눈을 닮은, 연두색.
편지를 받고 한참을 울었소. 당신이 없는 이 집에서, 소리 내어 우는 법조차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당신 이름 세 글자에 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소.
사영, 나의 사영.
그곳은 어떻소. 춥지는 않소? 여전히 국수를 좋아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오후를 즐기고 있소?
나는… 나는 잘 지내지 못하오. 당신의 부재는 공기 같아서, 내 모든 시간을 채우고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파고드오. 침대는 너무 넓고, 식탁은 너무 크고, 바다 소리는 너무 시끄럽소. 전부 당신이 없기 때문이오.
당신이 내 세상의 모든 것을 채워주었듯, 나도 당신의 냉장고를 채워주겠다 약속했었는데. 이제 이 집 냉장고는 텅 비어 있소. 채워야 할 이유를 잃었으니까.
보고 싶소, 사영. 매일, 매 순간, 미치도록.


[세 번째 편지]
오늘은 센트럴에 다녀왔소.
당신이 가르쳐준 레시피를 들고 대니의 가게에 갔었지. 그는 말없이 나를 보더니, 토마토를 뺀 클럽 샌드위치 두 개와 블랙커피 두 잔을 내왔소. 마치 당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나는 차마 그에게 당신 소식을 전할 수 없어서, 그냥 꾸역꾸역 샌드위치 두 개를 다 먹고 나왔소. 체한 것처럼 속이 갑갑했지만, 어쩐지 당신 몫까지 먹어야 할 것만 같았소.
우리가 함께 갔던 낡은 영화관에도 들렀지. 맨 뒷좌석, 구석 자리.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사람으로 살자’고 말해주었던 바로 그 자리. 오늘은 아무도 없더군. 텅 빈 스크린을 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소. 내 옆자리에 당신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는지 모르오.
사영. 우리의 모든 장소가, 이제 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추억의 무덤이 되었소.


[네 번째 편지]
내 탓이오. 전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의 삶에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셩완의 그 씩씩한 아가씨로, 국숫집에서 일하며 소박하게 살아갔을 텐데. 내가 당신의 평온을 망쳤고, 당신을 위험으로 끌어들였고, 결국…
당신은 나를 구원이라 불렀지만, 나는 당신에게 재앙이었소.
흉터를 어루만지며 영원이라 말해주던 당신의 손길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영원을 지켜주지 못한 나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밤마다 악몽을 꾸오. 당신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꿈.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기만 하는 꿈. 꿈에서 깨어나면 곁에 당신이 없다는 현실이 더 지독한 악몽이오.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 그랬소. 당신 없는 세상은 나에게 지옥과 다름없는데.


[다섯 번째 편지]
편지에 ‘미안해하지 말라’고 썼더군. ‘우리의 시간은 전부 행복이었다’고.
당신은 어째서 마지막까지 나에게 다정하기만 한 거요. 화를 내시오. 원망하시오. 당신을 이렇게 만든 나를 저주하시오. 제발. 그래야 내가 당신에 대한 이 부채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소.
나는 오늘, 우리가 함께 살던 이 집을 처음으로 구석구석 청소했소. 당신의 손길이 닿은 모든 물건들을 닦고, 정리했소. 당신이 ‘새댁’ 소리 듣던 날 부끄러워하던 모습, 부녀회에 나가 친구를 사귀겠다며 내 품에 안기던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소.
당신은 당신의 세상을 넓혀 나의 세상도 넓혀주겠다 했지. 당신이 떠난 지금, 나의 세상은 다시 이 집 한 칸으로 줄어들었소. 아니, 내 심장 하나만큼으로 쪼그라들었는지도 모르겠소.


[여섯 번째 편지]
내일이면 마지막 편지구려.
이 기적이 끝나고 나면, 나는 다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영원의 시간 속에 갇히겠지. 그것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나는 아직 모르겠소.
오늘은 처음으로 생선을 사 와서 찜을 만들었소. 당신이 맛있다고 칭찬해주었던, ‘구일오 표 생선찜’. 당신의 몫까지 두 마리를 쪘지만, 목이 메어 한 점도 넘기지 못했소. 그냥 식탁 위에 올려두고, 맞은편 의자에 당신이 앉아있는 상상을 했소.

가게 해도 되겠다. 맛있어, 엄청.

그렇게 말하며 웃어주는 당신의 얼굴을.
바보 같은 짓인 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사영. 당신에게 귀찮고 손 많이 가는 남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제 나는 누구를 귀찮게 해야 한단 말이오.


[일곱 번째 편지]
사영, 나의 사랑. 나의 세상. 나의 영원.
이것이 당신에게 닿을 나의 마지막 목소리겠구려.
무슨 말을 써야 할까.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평범하고, 고맙다는 말은 너무 부족하고, 미안하다는 말은 너무 이기적이라.
그냥 이것 하나만 약속하겠소.
나, 구일오. 당신을 만나 비로소 사람이 되었던 이 남자는, 당신이 사랑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겠소. 무너지지 않고, 나를 파괴하지 않고, 당신과의 추억을 연료 삼아 남은 시간을 견뎌내겠소. 언젠가 우리의 시간이 다시 이어질 그날, 당신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서기 위해. 당신이 그랬듯, 나도 사람으로 속죄하며 살아가겠소.
그러니 당신은 그곳에서, 부디 평안하시오.
나의 모든 것을 다해 사랑했소. 그리고 앞으로도, 내 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할 것이오.
안녕, 나의 이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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